中-필리핀 대치… 남중국해 ‘전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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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순시선 등 33척 새로 투입
필리핀 “칼 날카롭게 갈아야”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의 스카버러(중국명 황옌·黃巖) 섬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대치한 가운데 중국 군부가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10일 ‘단 한 뼘의 영토도 빼앗길 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필리핀 정부가 1981년과 1984년, 2006년에 발행한 지도에는 황옌 섬이 자기 영토로 표시돼 있지 않다”며 “필리핀이 속임수를 쓰더라도 황옌 섬이 중국 영토라는 사실을 바꿀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옌 섬의 주권을 탈취하려는 자가 누구든 중국 정부와 인민은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특히 인민해방군은 더욱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종이호랑이로 본다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8일 스카버러 섬 인근에서 조업하던 중국어선 단속 문제로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촉발된 이후 해방군보가 의견을 낸 것은 처음이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중국이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며 무력 동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콩 밍(明)보는 이날 필리핀 매체를 인용해 중국이 황옌 섬 해역에 순시선 등 자국 선박 33척을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중국 선박은 14척에 불과했다. 새로 파견된 선박은 중국이 자랑하는 첨단 순시선인 ‘위정 301호’와 ‘하이젠 75호 및 81호’ 등이 포함돼 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년까지 순찰함 36척을 동부해안에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경제 제재도 본격화되고 있다. 신화통신은 중국 여행사들이 필리핀 여행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전날 당국이 발표한 필리핀산 과일에 대한 검역 강화에 이어 인적교류까지 막겠다는 것.

필리핀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8일 마닐라에서는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에 태우는 일이 벌어졌다. 또 후안 엔럴 참의원 의장은 9일 “멀리 살고 있던 이웃이 칼과 창을 들고 와서 당신의 땅을 침범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며 “당신도 큰 칼을 날카롭게 갈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필리핀의 에너지 회사인 필렉스가 남중국해에서 심해유전을 시추하고 있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와 천연가스 공동개발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화를 통한 해결도 모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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