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두 스타의 거짓말 같은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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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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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즈 前의원-명투수 클레먼스 위증 재판… 여론 싸늘

“내가 잘못했다는 건 안다. 하지만 (비슷하게 바람을 피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쉽게 용서하면서 왜 나만 이렇게 끔찍한 대접을 받아야 하나.”

불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선거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16일부터 재판을 받는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59)은 요즘 ‘억울하다’는 감정에 휩싸여 있다고 친구인 변호사 글렌 버겐필드 씨가 전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까지 지내며 한때 미 정치계의 샛별로 떠올랐던 그에게 힘이 되어 줄 만한 정치력 있는 친구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채플힐 교외 저택에서 두 자녀와 함께 외롭게 지내고 있으며,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12일 워싱턴포스트가 전한 그의 근황이다.

쓸쓸한 신세이기는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명투수 로저 클레먼스(50·2007년 은퇴)도 마찬가지다. ‘로켓’이라는 별명으로 사이영 상 최다(6회) 수상자이기도 했던 그는 16일부터 약물복용 위증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그는 요즘 선수 시절 팀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서지 말도록 요청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언론들은 ‘추락한 두 우상의 쓸쓸한 종말’을 전하며 “두 사람이 향후 재판에서 어떤 판결을 받을지 아직 모르지만 여론이라는 재판장에서는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하고 있다. 모두 자신이 받고 있는 의혹을 부인하며 거짓말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 중 내연녀와의 불륜 의혹이 불거졌지만 계속 부인하다 불륜녀와의 사이에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마지못해 시인했다. 불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100만 달러에 달하는 선거자금을 유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그는 “불륜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덮기 위해 선거자금을 쓰지는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2010년 유방암으로 사망한 부인의 암 투병 중 불륜을 저질렀고 이를 덮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을 했던 그는 재판 결과와는 상관없이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클레먼스는 2007년 메이저리그 약물실태 보고서를 통해 스테로이드, 성장호르몬 등 금지약물을 상습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2008년 하원 청문회에서 “사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2010년 연방 대배심은 그를 위증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해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 측이 법정이 허용하지 않는 영상물을 배심원들에게 제시하는 바람에 무효가 선언된 뒤 이번에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1차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이번에도 무죄를 주장할 예정이지만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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