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이름으로…” ICC 출범 10년만에 反인륜범죄 첫 단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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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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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共 군벌 루방가 소년병 징집 혐의 유죄 판결

세계 유일의 상설 전범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출범 10년 만에 역사적인 첫 판결을 내렸다.

ICC는 14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 상설법정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의 군벌지도자 토마스 루방가(사진)에 대한 선거공판을 열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루방가는 콩고민주공 종족분쟁 당시 반인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02∼2003년 콩고민주공 동북부 지역에서 9∼15세 어린이들을 호위병과 전투병, 성적 노예로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에이드리언 풀퍼드 주심 판사는 이날 공판에서 “피고가 소년병을 징집해 전쟁에 동원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에 재판부(3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며 유죄를 선언했다. ICC는 그동안 콩고민주공, 우간다, 수단 등에서 집단학살과 반인륜범죄를 저지른 책임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기소를 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판결을 내린 적은 처음이다. 루방가는 ICC가 기소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한 첫 피고인이기도 하다.

루방가는 종족분쟁에서 소수부족인 헤마족을 중심으로 콩고애국자연합을 결성해 무장투쟁을 이끌었다. 당시 무력분쟁으로 1999년부터 6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재판은 루방가가 2006년 기소된 후 2009년 1월부터 시작됐다. 루방가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그가 소년병 캠프에 나타난 동영상을 공개하며 맞섰다. 증인의 증언 번복과 검찰과 재판부의 의견 충돌로 재판은 3년이나 이어졌다. AFP통신은 루방가의 형량이 ICC 최고형인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ICC는 사형을 선고할 수 없다.

외신들은 이번 판결이 여러모로 향후 국제사회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ICC 사상 최초의 판결이자 앞으로 소년 동원이라는 비슷한 범죄로 기소된 범죄자들의 판결에 중요한 법적 판례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ICC가 수배한 우간다의 악명 높은 반군 지도자 조지프 코니도 소년병 동원 혐의를 받고 있다. ICC 검찰국의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수석검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전 세계가 국제 제도와 법을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ICC는 1998년 120개국이 채택한 로마규정에 근거해 2002년 설립됐다. 11일 재선에 성공한 송상현 소장이 2009년부터 한국인 최초로 재판소장직을 맡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는 로마규정에 서명하지 않은 상태다. 구속력이 없고 자체 경찰력도 없어 ICC가 용의자를 구금하려면 전적으로 회원국들의 협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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