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성난 민심에… 2012 다보스 ‘사라진 권력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차남인 사이프 이슬람은 지난해 초만 해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뽑은 ‘차세대 지도자’였다. 당시 WEF 산하 ‘젊은 글로벌 리더 포럼’은 이슬람을 선정하며 “진보적이고 인권을 중시하며 정치개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버지 카다피가 비참한 죽음을 맞은 뒤 지난해 말 반카다피군에 붙잡힌 이슬람은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매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의 참석자 면면을 보면 1년 새 명멸한 글로벌 리더들의 ‘권력 지형도’가 보인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25일 1년 전 참석자 명단과 비교해 지구촌의 ‘사라진 권력’을 소개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의 핵심 멤버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올해는 아예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에서 호텔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IMF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1년 전 포럼에서 “그리스 부채 문제는 정부 통제하에 있다”고 자신했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그리스 총리도 지난해 11월 부채 위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바람에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일본 도쿄전력의 시미즈 마사타카(淸水正孝) 전 사장은 지난해 포럼에서 “안정적인 전기공급과 환경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지만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다보스를 찾지 못했다. 이 밖에 HP의 레오 아포테커, 스위스 최대은행 UBS의 오스왈트 그뤼벨, 독일 미디어그룹 베텔스만의 하르트무트 오스트로브스키 등 명성을 떨치던 최고경영자(CEO)들도 1년 새 부진한 실적으로 쫓겨나며 올해는 스위스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이슬람 같은 인물이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된 데서 볼 수 있듯 다보스포럼이 유력 인사들의 ‘권력 과시용’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IHT는 지적했다. 1인당 참가비만 최저 7만 달러(약 8000만 원) 이상인 다보스포럼은 ‘부자들의 사교모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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