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란 하메네이에 협상제안 비밀편지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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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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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해협 봉쇄 강행해도 유조선 통과 막기는 어려워

서방의 이란 제재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이란은 강경 대응을 외치고 있지만 물밑에선 극단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한 대화 노력이 재개되고 있다.

18일 이란 반관영 매체인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비밀편지를 보내 직접 협상을 제안했다고 보수파인 알리 모타하리 의원이 주장했다.

백악관은 서한 발송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이란이 핵개발을 둘러싼 서방과의 충돌 가능성에서 벗어날 길이 있다”고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이 협상 재개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서한에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무부 측은 “현재 미국과 이란 간에 협상을 위한 대화가 진행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원유 수송업계의 대책 마련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길이 약 25마일(40km), 수로 폭이 21마일에 이르는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평균 14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1700만 배럴의 원유(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35%)를 실어 날라 ‘오일 하이웨이’로 통한다. 대형 유조선은 선체가 20∼25m 잠길 수심이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의 영해가 맞닿은 곳이다. 유조선은 해협의 서쪽에서는 이란 영해를, 동쪽에서는 오만 영해를 지난다. 즉, 두 나라 영해를 모두 지나가는 것이다. 만약 이란이 자신의 영해를 봉쇄할 경우 유조선은 해협의 서쪽에서는 이란 영해의 아래쪽 바다만을 이용해야 한다. 이용할 수 있는 항로가 좁아지므로 정체가 빚어질 수 있으며 운항거리도 더 길어지지만 유조선 통과 자체는 가능하다.

그 어떤 나라도 해협을 막을 수 없도록 규정한 ‘유엔 해상협약’도 이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란은 1982년 제정된 이 협약을 아직 비준하지 않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정을 이란이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1958년 만들어진 국제 해상협약인 ‘무해 통행권(innocent passage)’에 근거해서도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가능하다고 국제법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무해 통행권’은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한 타국 영해를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권리로 해양법상 오래된 원칙이다. 이란도 무해 통행권 협약에 가입돼 있다.

다만 원유 수송업계는 이란이 마약이나 불법무기 운반 수색 등을 빌미로 유조선 검열에 나서면 해협에서 심각한 병목 현상을 불러와 운송 체증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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