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유럽 “군비부터 줄이자”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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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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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육군 10만명 이하로 축소” 174년만에 최저 수준
獨-스페인도 대폭 줄여… 20년만에 군비 감축시대로

미국 및 유럽의 재정위기와 화약고 중동의 민주화 등의 영향으로 지구촌에 ‘제2의 군비 감축시대’가 도래했다. 소련 붕괴로 냉전시대가 종식되며 시작된 첫 번째 군비 감축시대 이후 20년 만에 미국에 이어 유럽의 전통적 군사대국이 잇따라 군비를 감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새 국방전략 발표에 이어 영국 국방부는 17일 육군을 10만 명 이하로 줄이는 등의 대대적인 군 감축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BBC는 영국 육군이 10만 명 이하로 축소되는 것은 1838년 빅토리아 여왕 취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감축계획안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올해 육군 2900명, 공군 1000명, 해군 300명을 감축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육군 9만5000명, 해군 3만 명, 공군 4만 명 수준으로 군사 규모를 계속 줄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군수, 지원 등의 분야를 민간에 넘겨 전투병 위주의 병력만을 운용 중인 영국군은 기존 항공모함을 조기 퇴역시키는 반면 신규 건조는 늦춰 국방경비를 줄이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은 다른 유럽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독일은 지난해 10월 25만 명 규모의 기존 병력을 18만5000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국방장관은 “군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328곳에 주둔한 군부대 중 31곳을 폐쇄하고 90곳은 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감축은 독일군 창설 56년 이래 가장 급진적인 구조조정이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지상군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감축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강풍을 맞은 스페인도 지난해 군 예산을 전년에 비해 7% 감축했다. 스페인 코스탄티노 멘데스 국방장관은 “군비 감축은 전례 없는 내핍과 절약을 위한 국가재정 통합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인 그리스 역시 2010년 전년 대비 최대 25%의 국방비 삭감을 단행했다. 터키와의 갈등으로 인해 지출이 많았던 그리스의 국방비는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4.8%인 60억 유로 정도로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최대였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파나기오티스 베글리티스 그리스 국방차관은 “재정위기로 인해 당분간 모든 전함과 전투기 구매를 유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7위의 군사강국이자 핵보유국인 파키스탄도 지난해 11월 군비 감축을 밝힌 바 있다. 최대 군사대국인 미국은 이달 초 앞으로 10년간 4500억 달러의 국방비를 감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새 국방전략에 따르면 현재 57만 명에 달하는 육군병력은 10년 내 49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 같은 군비 감축 추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기에 처한 국가재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군비 삭감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 그리고 주요 무력충돌 우려 지역이던 중동에서 독재국가들이 붕괴되면서 군사적 수요가 크게 준 점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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