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 해경 살해’ 분노 확산]“동병상련 유족 다시 없길 바랐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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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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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희생된 박경조 경위 부인 ‘눈물의 호소’“위로할 말이 없네요”

故 박경조 경위
故 박경조 경위
“유가족을 만나면 한번 안아주고 싶은데 갈 자신이 없어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만난 이선자 씨(48)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숨진 이청호 경사의 유족 걱정부터 했다. 이 씨의 남편인 박경조 해경 경위는 2008년 9월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공격을 당해 실종된 후 17시간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당시 48세). 이 씨는 “출동 나간 집안의 가장이 죽어서 돌아오면 가족이 받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최근 3년간 겪은 내 고통을 이 경사 가족이 겪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전남 목포에서 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뒤 두 아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이 씨는 “그 동네에선 유가족이 떳떳하게 살 수가 없다”며 “울면 운다고, 웃으면 웃는다고 주변에서 수군거려 주변 사람과 모두 연락을 끊고 서울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낯선 서울 생활도 결코 편하지 않았다. 남편이 죽고 난 뒤 보훈처 지원금과 연금 등을 받아 생활하고 있지만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아들의 교육비로 쓰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20년 가까이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데다 정신적 충격으로 제대로 된 직장도 구하지 못했다. 도움의 손길은 지난해 4월 8일 동아일보 기사 ‘잊혀진 한국의 영웅들’에 이 씨의 사연이 나간 뒤 익명의 기부자가 매달 보내오는 격려금이 전부였다.

▶본보 2010년 4월 8일자 A5면 韓 “사회적 인정 못받아…


이 씨는 보훈처에서 오는 소식지와 홈페이지를 열심히 살폈지만 이 씨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없었다. 이 씨는 “보훈처 지원책이 독립유공자, 6·25전쟁 전사자 중심이다”라며 “나라를 위해 희생된 사람의 생명이 다 같이 귀한 만큼 업무 수행 중 사망한 경찰 소방관 가족에 대한 지원책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사코 언론 노출을 피했던 이 씨가 이날 무거운 입을 연 이유도 보훈처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였다.

해양경찰에 대한 지원도 당부했다. 이 씨는 “남편이 죽고 난 뒤 해경 단정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가슴이 찢어져 오열했다”며 “밀려오는 파도에 온몸이 젖어버리는 배를 타고 중국 어선을 단속했을 남편을 생각하니 정말 미안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는 “증거가 없어 남편을 죽인 중국인 선원에게 살인죄를 묻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은 명백한 증거가 있으니 선원을 사형시켜서라도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부상을 당한 해양경찰은 장애를 입거나 후유증을 앓거나 악몽에 시달리는 등 상처를 안은 채 우리 바다를 지켜 왔다. 박준성 순경(30)은 3월 3일 오후 3시경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서남쪽 102km 해상에서 무허가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30t)을 단속하던 중 선원 A 씨(30)가 휘두른 해머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는 A 씨가 휘두른 해머에 방패가 박살나면서 무릎을 맞아 수술을 받았다. 태안해경 소속 1507함에 근무하던 박 순경은 올 7월부터 고향인 제주도의 한 해경 파출소에서 일하고 있다.

목포해경 310함을 타는 김경수 경장(34)은 늘 두통을 안고 산다. 김 경장 등 3003함 특공대 소속 경찰관 4명은 2008년 9월 23일 오후 3시 반경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해상에서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선원 20여 명에게 감금됐다. 김 경장은 쇠파이프로 머리를 6대나 맞았다. 다른 경찰관 3명도 1시간 정도 집단 폭행을 당하는 악몽 같은 상황이었다.김 경장은 현재 병원비를 지원받지 못한 채 개인적으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장애를 갖게 된 경찰관도 있다. 군산해경 장요한 경장(39)은 2006년 4월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서쪽 130km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추적하다 선박 사이에 왼쪽 다리가 끼었다. 그는 사고 이후 1년간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다리가 불편하다. 6급 장애라는 진단이 나왔다. 장 경장은 “동료들이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희생당하는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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