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 해경 살해’ 분노 확산]“中바다 열번 가는것보다 한국 한번 가는게 훨씬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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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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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양경찰청의 줄기찬 단속에도 서해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중국 어선들의 ‘도적(盜賊) 조업’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자국 연근해 어장을 무대로 먹고사는 중국 어선이 너무 많은 데다 중국 연근해 어장은 이미 황폐화된 지 오래인 데 반해 한국 측 어장은 ‘황금 어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무등록 어선 때문”이라며 중국 어선의 이런 불법조업을 수수방관하다시피 하고 있다. 불법조업에 대한 단속 강화 등 대증(對症)요법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한국 바다 점령한 중국어선


100여만 척의 중국 어선 중 27만 척이 서해 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연근해 어선 5만294척의 5배를 웃도는 규모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조업시기에 한국 측 EEZ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이 하루 평균 3000여 척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허가받은 어선이 1700척인 것을 감안하면 2척 중 1척이 불법조업을 하는 꼴이다.

이처럼 중국 어선이 몰려오는 이유는 한국 측 EEZ가 황금어장이기 때문. 1994년부터 14년간 어선 1만6600척을 감척해 어족자원을 보호한 한국은 막대한 감척 보상금을 지급하며 황금어장을 회복했다. 20년간 불법조업 단속 통역을 맡아온 강모 씨(51)는 “중국 어민들이 자기 측 바다에서 고기를 열 번 잡는 것보다 한국 EEZ에서 한 번 불법조업을 하는 것이 더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황금어장은 이미 중국 어선의 안마당이 됐다. 중국 어선의 선박당 연간 어획량은 1999년 50t을 정점으로 약간씩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지난해 한국 어선의 선박당 어획량은 23t이었다.

중국 통계연보(2009년 기준)가 밝힌 중국 어선은 104만 척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어선이 서해바다에서 불법조업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해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27만 척 중 3분의 1이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연근해 어선, 원양어선을 모두 합쳐도 7만6974척(2010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바다에서 한국보다 중국 어선이 더 많은 물고기를 잡는 상황이다. 장부흥 전남 목포 안강망 선장선주협회장은 “우리 바다를 이미 중국 어선이 점령했다”고 말했다.

○ 손놓은 중국 정부의 무성의


중국 어선은 2006년 96만512척, 2007년 99만8458척, 2008년 103만9359척, 2009년 104만2395척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한국이 1999년부터 중국에 불법조업 근절책으로 어선 감척을 요구했지만 최근 4년간 연평균 2.76%씩 증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국 측에 감척을 요구해도 ‘우리도 통제 못한다’고 변명만 한다”고 전했다.

중국어선 총 톤수는 2006년부터 4년간 연평균 4.32%씩 증가했다. 엔진의 마력수는 같은 기간 연평균 7.07%씩 늘었다. 대형화, 기동화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00년 47만 척으로 줄였지만 2003년에는 51만 척으로 도리어 증가했다. 감척 보상금을 받은 이후 다시 어선을 구입해 무허가 조업에 나섰다는 방증이다.

○ 중국 정부 태도 변화가 해결 열쇠


극단적 상황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불법조업 단속을 중국 농업부에서 할 것이 아니라 공안에서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도 불법조업 중국어선 적극단속과 외교대응이라는 장단기 방안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우선 해경의 인력, 장비를 보강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담보금 인상 이외에 처벌규정 강화 등이 절실하다. 불법조업 돈벌이 차단을 위해 중국 측에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IUU) 어획물 유통금지 국제협약 준수를 요구하고 국내 수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덕종 전남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중국 측에 지속적인 어선 감척은 물론이고 국제질서 준수를 촉구해야 한다”며 “한중 정부의 실질적인 합동대책 마련이 불법조업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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