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된 反월가 시위대 “내년 대선때 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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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다시 시위”… 선거 영향 미칠 듯

올가을 미국 전역을 흔들었던 월가 점령 시위가 일단 막을 내렸지만 시위대가 미국 대선을 앞둔 내년 여름 대규모 시위를 다시 벌일 것이라고 공언해 귀추가 주목된다. 월가 시위가 미 대선전의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미 로스앤젤레스와 필라델피아의 점거 농성 시위대가 11월 30일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1400명의 병력을 투입해 시청 앞 잔디밭에 진을 치고 있던 시위대를 몰아냈고 200여 명을 체포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위대는 지난달 15일 뉴욕 맨해튼 주코티공원을 점거했던 시위대가 해산된 후 가장 규모가 큰 농성을 이어왔다. 로스앤젤레스 시위대가 해산됨으로써 9월 17일 월가에서 시작된 점령 시위는 73일 만에 미국 내에서 주요 거점을 거의 잃게 됐다. 겨울이 시작되고 점거 농성장까지 철거되면서 시위가 사실상 소멸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시위대와 사회운동 전문가들은 이번 농성장 폐쇄가 종결점이 아니며 전술과 방법이 바뀌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운동연구 전문가인 토드 지틀린 컬럼비아대 교수는 AP통신에 “1960년대 미국에 불어 닥친 반전시위 열풍이 몇 년간 지속됐고, 1968년 대선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절정을 이뤘다”며 “월가 시위도 (이번에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위대들은 내년 봄이 되면 시위가 살아나고 미 대선이 절정에 이를 내년 여름쯤 대규모 시위가 재연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시위를 이어왔기 때문에 농성장이 없어도 조직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이던 킹 노스웨스턴대 조교수는 “그동안 시위대는 점거농성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왔다. 이번 점거농성 종료로 시위보다는 이슈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시위가 도약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실제 이날 맨해튼에서는 시위대 100여 명이 내년 대선을 겨냥한 행보를 보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기부금 모금행사가 열린 맨해튼 셰러턴호텔 앞에서 ‘오바마는 기업의 꼭두각시’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것. 시위를 주도한 벤 캠벨 씨(28)는 “(뚜렷한 목표가 없다고) 시위를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우리도 정치적인 비판자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FP통신에 따르면 11월 2일 오클랜드 항구를 마비시켰던 오클랜드 시위대의 바루차 펠러 대변인은 이달 12일을 미국과 캐나다 서부 해안의 주요 항구를 점령하는 ‘행동의 날’로 정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오클랜드, 포틀랜드, 터코마, 시애틀, 밴쿠버 항구 등이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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