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불은 껐지만 다음은 로마?… 그리스 총리 재신임, 거국내각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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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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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재정긴축 이행 여부 촉각

명예 퇴진을 약속한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사진) 내각이 의회 신임투표에 성공하고 야당과 거국내각 협상을 시작하면서 그리스 위기가 해결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5일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을 만나 “더 폭넓은 협력 정부를 창출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라며 거국내각 구성이 이뤄진다면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우선 공산당(KKE), 좌파연합(SYRIZA), 극우정당 라오스(LAOS) 등 군소 정당과 연정 협상을 시작했다. 앞서 4일 실시된 파판드레우 총리 내각의 의회 신임투표는 찬성 153표, 반대 145표로 가결에 필요한 151표보다 2표를 더 얻어 가까스로 통과됐다.

2차 구제안에 대한 여당 사회당과 제1야당 신민당의 지지 입장은 확고하기 때문에 연정 협상이 끝나는 대로 의회 승인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제안의 국민투표 철회를 환영한다”고 말해 1차 구제금융 6회분(80억 유로)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7일 만나 “그리스 주요 정당이 구제안에 일치된 지지를 보여 달라”고 촉구할 계획이다. 유럽 언론은 이를 “80억 유로를 주는 대신 긴축 정책에 대한 초당적 협력과 정치적 안정, 국민적 지지를 얻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의회의 구제안 승인 절차만 끝나면 그리스 위기는 거의 진화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내년 봄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조기총선에서 신민당이 승리하더라도 스스로 지지하고 승인한 2차 구제안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는 6일 파풀리아스 대통령을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나는 협력할 의지가 있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물러난다면 모든 것이 제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파판드레우 총리의 명예 퇴진을 주도하고 있는 당내 2인자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연립정부 기간을 거친 뒤 내년 2월경 총선을 치르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연립정부 구성이 대세라는 관측이 더 많다. 5일 발표된 두 개의 여론조사에서 그리스 국민은 조기총선보다는 거국내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신민당이 조기총선을 포기하는 대가로 과도정부 총리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 위기가 한숨을 돌리게 되면서 유럽 언론은 유럽 부채 위기의 다른 한 축인 이탈리아의 긴축재정 정책 이행 여부를 EU와 IMF가 철저히 감시하기로 한 주요 20개국(G20)의 이탈리아 대책이 앞으로 뜨거운 현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재정적자는 많지 않지만 시장의 불신으로 사상 최고의 국채금리를 기록하며 금융시장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는 유로존 3위 경제국 이탈리아가 EU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부상할 것이라는 얘기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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