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재스민 혁명의 여파로 민주화 요구 시위가 벌어졌던 이란에서 ‘신정(神政)체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민주화 역행 움직임이 구체화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최근 대통령제를 폐지하는 개헌안을 제안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26일 보도했다. 이란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전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후 1989년에 대통령제로 바꿨다.
하메네이가 제안한 개헌안에 따르면 최고지도자와 선거로 구성된 의회가 공동으로 국정을 이끄는 것이 핵심으로 의원 중 한 명을 총리로 선출한다. 대통령제가 아닌 의원내각제 형태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하메네이는 1989년 시아파 성직자들에 의해 종신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하메네이 측은 대통령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이 이뤄지면 소모적 정치논쟁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5일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지만 국민이 깨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누구든 국민의 뜻을 가로막는다면 단 2초 만에 국민의 손에 제거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슬람 성직자 출신인 알리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도 25일 “하메네이의 이번 개헌안은 국가원수 직선제라는 이슬람 공화국의 이상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국정과 신정을 통틀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하메네이는 성직자 출신이 아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특히 올해 4월 정보장관 해임 파동 이후에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퇴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재선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임기는 2013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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