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장 엑스포’ 삼엄한 잔치… “하늘-땅 모든 테러 막아라”… 연-비둘기도 못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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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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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개막… 경비 戰時 방불

우루무치 시내에 배치된 장갑차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 시내에 8월 31일 장갑차가 배치되어 있다. 1일 개막하는 ‘신장 엑스포’를 앞두고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20여 개국 기업이 참가하는 ‘엑스포 잔치’라기보다 계엄 상황을 방불케 한다. 사진 출처 홍콩 밍보
우루무치 시내에 배치된 장갑차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 시내에 8월 31일 장갑차가 배치되어 있다. 1일 개막하는 ‘신장 엑스포’를 앞두고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20여 개국 기업이 참가하는 ‘엑스포 잔치’라기보다 계엄 상황을 방불케 한다. 사진 출처 홍콩 밍보
“천라지망(天羅地網)을 펼쳐라.”

홍콩 밍(明)보는 31일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 상황을 무협지에 곧잘 등장하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개미 한 마리, 새 한 마리 통과할 수 없도록 하늘과 땅에 물샐틈없게 그물이 펼쳐진 것을 뜻한다. 1일 처음 개막하는 ‘신장 엑스포’(정식 명칭 중국·아시아·유럽 박람회)를 위한 철통 경비를 소개한 것이다. 신장 엑스포는 중국 중앙정부가 8개국과 접경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지역적 장점을 활용해 경제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최하는 경제무역박람회다. 지난해에는 지역전시회(fair)였으나 올해 한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등 20여 개국과 중국 각 성이 참가하는 행사로 확대되면서 첫 국제행사가 됐다. 공식 엑스포로 인정받은 행사는 아니다.

○ 사람 막는 엑스포?

홍콩과 중국 언론이 전하는 우루무치의 경계 경비는 전시(戰時)를 방불케 할 만큼 삼엄하다. 위구르족의 시위와 폭동을 감시하기 위해 인구 78명당 1대꼴로 학교 공공시설 버스 등 곳곳에 폐쇄회로(CC)TV 4만 개가 설치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총을 든 무장병력이 시내 곳곳에 배치됐고 장갑차들도 순찰을 돌고 있다. 각급 학교는 휴교에 들어갔다. 시민들은 차를 몰고 주요 간선도로를 통과할 수 없다. 외지 번호의 차량은 밤 12시부터 오전 8시에만 우루무치로 진입이 가능하다. 특히 위구르족이 많이 사는 난장(南彊)지역에서 오는 차량은 특별 검문소 2곳에서 철저히 수색하고 있다. 우루무치와 인근 상공 반경 수백 km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다. 비행기는 물론이고 열기구 등 어떤 비행체도 날 수 없으며 우루무치 시내에서는 연과 비둘기도 날리지 못한다.

중국 각 지역 공항도 유탄을 맞았다. 미국의 9·11테러처럼 비행기를 납치해 우루무치에서 테러를 일으킨다는 첩보가 있다고 한다. 각 공항은 지난달 25일부터 2급 경계경보를 발령해 안전검사를 통과하려면 신발을 벗고 허리띠를 풀어야 한다. 우루무치 공항은 최고 수준의 경계조치인 1급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실제로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공항에서는 흉기를 가지고 검사대를 통과하려던 시도가 잇달아 적발돼 긴장이 고조되었다. 지난달 11일 우루무치 공항에서 흉기를 우산 속에 넣어 안전검사를 통과하려던 승객이 적발됐으며 23일에도 카스(喀什) 공항에서 한 여성이 브래지어 속에 흉기를 넣고 통과하려다 적발됐다.

○ 잇따른 테러에 전전긍긍하는 중국

중국 당국의 이 같은 테러 대비태세는 최근 우려할 만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8월에만도 카스와 허톈(和田)에서 각각 2건, 1건의 테러가 발생해 수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우루무치에서는 2년 전인 2009년 7월 위구르족이 유혈폭동을 일으켜 사망자 197명과 부상자 1700여 명이 나왔다.

테러의 배후에는 위구르족 독립 세력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조직이 있다. 중국 당국은 이들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등에 근거를 둔 테러세력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조직과 협력하고 있다고 본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튀르크계 민족으로서, 터키 및 중앙아시아 국가 민족들과 인종 언어 종교 등이 비슷한 위구르족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이 때문에 위구르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은 암묵적인 동정을 받아왔다. 2009년 우루무치 유혈사태 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중국에서 벌어진 일은 일종의 대량 학살”이라면서 사태의 책임을 중국 정부에 돌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올해 처음 우루무치에서 개최되는 신장 엑스포에는 내년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홍콩과 마카오의 행정장관 등 중국의 지도급 인사가 대거 참여한다. 또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 로자 오툰바예바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등 외국 귀빈들도 방문할 예정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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