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中 고속철 사고에 승객들 불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4일 0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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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성 우려 커져..시스템 점검 필요성 제기

중국에서 잇단 고속열차 사고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3일 오후 8시 34분(한국시간 오후 9시 34분) 중국 남부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에서 고속철도 선로 이탈로 객차 2량이 교량 아래로 추락하면서 승객 수십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중국 고속철에 대한 신뢰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 정확한 피해와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고속철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데 따른 사고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저장성 원저우 부근에서 앞서 푸젠(福建)성으로 향하던 고속열차인 D3115호를 뒤따르던 D301호를 들이받으면서 앞선 D3115호의 객차 2량이 선로에서 벗어나 교량 아래로 추락했으며, 피해자 수가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D3115호가 갑자기 정차했으며, 정차원인은 기상 악화에 따른 번개를 피하기 위한 정차였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후행 열차가 추돌했다는 중국 매체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중국 내에서는 지난 1일 중국의 고속철의 자부심이라고 할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고속철이 정식 개통되고서 사고가 잇따르는데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사실 이날 발생한 원저우 부근 고속철 선로이탈 사고는 베이징-상하이 구간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는 시속 300㎞로 운행되는 베이징-상하이 구간 이외에 그 전단계로 시속 200㎞ 또는 그 이상으로 달리는 둥처(動車)의 고속철이 수년간 운행돼 왔으며 근래 모든 고속철 구간에서 사고가 빈발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 상하이-난징(南京) 구간 고속철에서 고장사고가 났다.

이날 상하이 훙차오(虹橋)역을 출발해 난징역으로 향하던 G7138편 열차가 갑작스러운 전기 공급 중단으로 오전 11시30분께 쑤저우(蘇州) 신취(新區)역에서 멈춰섰다. 열차 내부의 비상 전력 공급까지 끊어지면서 많은 승객들이 한여름 더위 속에서 플랫폼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 고속철은 지난 2008년 개통된 것이다.

또 지난 14일 오전 8시 10분 베이징을 출발해 상하이로 가던 G105편 고속열차가 산둥성 취부(曲阜) 부근에서 갑자기 시속 50~80㎞로 서행하기 시작하더니 장쑤성 쉬저우(徐州) 부근에서는 수십분간 멈춰섰다.

이 때문에 G105편 열차는 종착역인 상하이 훙차오(虹橋)역에 예정보다 40분 늦게 도착했다. 철도부 측은 기관차의 전선 접촉 불량으로 서행 및 정지 사고가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6시6분 베이징에서 출발해 난징으로 향하던 G201편 고속열차도 고장을 일으켜 멈춰서 고장 차량을 교체한 뒤에야 운행이 재개돼 1시간 연착됐다.

이에 앞서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개통 13일 만인 지난 13일 오전 10시 5분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구간인 장쑤(江蘇)성 전장(鎭江)남역 부근에서 G114 열차가 비정상적으로 급정차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울러 지난 12일에도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29편이 단전으로 2시간 가량 연착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안후이(安徽)성 쑤저우(宿州) 부근에서 번개와 폭우로 인해 고속철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망에 고장이 생기면서 발생했다. 사실 지난 10일에도 유사한 단전사고로 고속열차가 섰다.

이처럼 중국 내에서 고속철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중국 매체들은 근래 중국 고속철이 폭풍이나 폭우, 번개 등의 자연재해에 대비해 설계, 제작됐고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제작됐는데도 사고가 빈발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중국 민심도 심상찮다.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개통을 계기로 속도와 서비스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광고'하고 나선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를 대하는 인민의 분위기가 싸늘하다.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개통을 계기로 한 때 수요가 급감했던 같은 구간의 항공 노선 승객이 다시 증가하는 '반사적인 현상'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중국 정부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중국 철도부의 왕융핑(王勇平) 대변인은 "철도 부문을 대표해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철도부는 긴급히 고장 분석회의를 개최하는 등 안전운행을 보장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하고 있다"며 몸을 낮췄다.

아울러 행정부 격인 중국 국무원은 근래 개통 후 한달도 안 된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노선에 대해 안전성 검사에 들어갔다. 국가안전생산감독관리총국과 철도부는 공동으로 2개 조사팀을 투입해 이달 말까지 베이징-상하이 1천318㎞ 구간에 대해 '불법 구조물과 고속철에 위험요소가 되는 산업활동'을 걸러내겠다는 의도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개통 이후 사고가 잇따른 데 대해 '심기일전'의 자세로 고속철에 대한 포괄적인 점검에 나선 가운데 이번 사고가 발생한 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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