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최악 기근… 반군도 총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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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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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서북쪽으로 200km 떨어진 작은 마을 바이도아.

극심한 기아에 신음하는 이 마을에 13일 구호식량과 의약품을 가득 실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전세기 한 대가 착륙했다. 바이도아는 소말리아 무장테러단체 알샤바브의 점령지로 원래 서방의 구호단체나 국제기구 활동이 금지돼 있던 곳이다.

하지만 이 나라를 덮친 최악의 식량위기 앞에선 극악한 반군들도 총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굶주린 주민들의 처참한 현실 앞에서 결국 반군들조차 자신들이 ‘서방의 앞잡이’라고 욕하던 구호단체에 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유니세프는 17일 “13일 바이도아에 5t 분량의 구호품을 비행기에 실어 보급했다”며 “소말리아 반군 점령지에서 유엔 구호활동이 전개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알샤바브는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반(反)서방 이슬람 무장단체로 소말리아 중·남부와 모가디슈 일부를 점령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여러 나라가 테러단체로 지정했으며 지난해 7월엔 70여 명의 희생자를 낸 폭탄테러(우간다 캄팔라)를 일으켰다.

원래 알샤바브는 국제구호단체에 적대적이지 않았으나 3년 전부터 알카에다와 유착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을 ‘서방의 스파이’ ‘반이슬람 기독교 선교단체’로 규정하고 구호활동가 수십 명을 살해했다. 결국 유니세프를 비롯한 구호단체들은 2009년부터 자연스레 소말리아에서의 활동을 접었다.

알샤바브는 거듭되는 소말리아의 기아 사태에도 “우리는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외부 지원은 필요 없다”며 자신만만해했다. 하지만 최악의 가뭄이 온 나라를 휩쓸자 이달 초에 태도를 바꿨다. 정치적 목적 등 ‘숨겨진 저의’가 없는 한 구호단체의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지부티 등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로 불리는 이 지역의 가뭄은 수많은 주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이 일대 어린이 200만 명이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50만 명은 현재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 특히 가난에다 오랜 내전까지 겹친 소말리아는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이 나라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의 80%는 반군이 장악한 남부지역에 몰려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17일 “심각한 가뭄으로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한 소말리아에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빠른 지원을 촉구했다.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알샤바브조차 지원을 요청할 정도라면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알 수 있다”며 “비록 언짢더라도 생명을 살리려면 그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도 알샤바브가 순수한 인도주의적 활동은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힌 만큼 반군지역의 구호활동을 앞으로도 지속할 방침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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