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NoW,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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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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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해킹’ 물의 168년된 英 최대부수 일요신문 자진폐간

전화 해킹 스캔들을 일으킨 영국의 대표적인 타블로이드판 신문인 뉴스오브더월드(NoW)가 폐간된다. NoW 소유주인 뉴스인터내셔널(NI)의 제임스 머독 회장은 7일 “일요일인 10일자가 NoW의 마지막 호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머독 회장은 세계적인 언론계 거물인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의 아들이다. NoW는 뉴스코퍼레이션의 영국 자회사 뉴스인터내셔널이 발행하는 일요신문으로 168년의 역사를 지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킹 스캔들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미디어 규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언론제국 무너질라” 부랴부랴 불끄기 나선 머독

루퍼트 머독 회장은 6일 이번 스캔들에 대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처음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자체 폐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런 신속한 조치에 대해 “위성방송 BSkyB를 인수하려고 NoW를 버린 것” “반성이라기보다 임기응변“(뉴욕타임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머독 씨는 BSkyB 지분 39.1%를 소유하고 있으며 122억 달러에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번 주 영국 정부는 머독 씨의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해킹 파문이 확산되면서 결정이 늦춰질 소지가 커졌다.

머독 씨로서는 비난을 감수해가며 BSkyB 연매출의 9분의 1 수준(9억8750만 달러)인 NoW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특종 과당 경쟁이 해킹 유혹

NoW는 노동자 계층을 타깃으로 1843년 창간됐다. 처음부터 자극적인 범죄뉴스의 전달자임을 내세웠다.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섹스 스캔들과 해리 왕손의 약물 복용 기사 등 주로 유명인의 사생활에서 특종을 보도했다. 1969년 머독 씨가 인수해 매주 281만 부를 발행해왔다.

하지만 2005년 윌리엄 왕세손의 무릎 부상을 특종 보도하는 과정에서 해킹 의혹이 시작됐다. 2007년 1월 왕세손 측근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혐의로 왕실 담당 기자 클라이브 굿맨 씨와 사설탐정 글렌 멀케어 씨가 기소됐다. 이들은 해당 유명인사가 휴대전화를 받지 않으면 개인식별번호(PIN)를 눌러 문자와 음성메시지를 엿들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초기 설정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 기자들은 특종 경쟁이 치열해지자 상부의 압력에 따라 해킹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9년 7월 일간 가디언이 “NoW 기자들이 유명인사 3000여 명의 휴대전화를 해킹했다”고 보도하며 해킹 사건은 재점화됐고 올 초 시작된 경찰 수사로 전현직 직원 5명이 체포됐다. 경찰은 전화 해킹 스캔들의 피해자가 4000여 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 총리와 보수당에도 불똥

굿맨 기자가 해킹을 했을 당시 편집장은 캐머런 총리의 공보 책임자였던 앤디 쿨슨 씨이다. 그는 8일 체포됐다. 여러 차례 쿨슨 씨를 옹호해 왔던 캐머런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쿨슨을 기용한 것은 전적으로 내 판단”이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당분간 캐머런 총리와 집권당인 보수당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뉴스인터내셔널이 최근 공개한 e메일에 따르면 NoW는 정보를 얻는 대가로 수년간 경찰 당국에 수만 파운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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