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겨냥 “阿자원수탈 위험수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3일 03시 00분


잠비아 방문한 클린턴 “阿에 또 식민주의시대 와서야”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신식민주의(new colonialism)’의 위험에 대비하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20세기에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좌파진영으로부터 신식민주의 비난을 받아온 미국이 오히려 중국을 신식민주의로 비난하는 역설적 상황이 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11일 첫 방문국인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가진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프리카가 별 다른 도움도 못 받고 천연자원만 빼앗겼던 식민지 시절을 기억한다”며 “또다시 이곳에 신식민주의 시대가 오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잠비아는 19세기 말부터 오랫동안 영국 통치를 받았다.

클린턴 장관은 신식민주의 발언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잠비아 미래에 적합한 ‘롤 모델’이라고 보느냐는 질의응답 직후 나온 이야기라 누구라도 중국을 지칭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질문에도 그는 “장기적이건 중기적이건, 아니면 단기적이건 답은 분명하다”며 “절대 (중국은)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미국은 중국과 달리 아프리카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우리는 앞으로 아프리카를 후원이나 기부 대상이 아닌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동반자로 볼 것”이라며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신식민주의 발언의 여파를 고려한 탓인지 그후 열린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선 “미국은 중국과 밀접한 관계”라며 수위를 조절했다.

중국은 이번 발언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미국 등 서방세계 내부에서 중국의 팽창주의를 ‘신식민주의’로 비판하는 데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지난해 사설을 통해 “누가 누구보고 식민주의자라 부르느냐”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야말로 수세기 동안 제3세계를 약탈하고 지배했던 나라들”이라고 맞받아쳤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역시 “식민주의란 모자는 중국이 써야 할 것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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