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믈라디치, 딸 자살에 충격… 학살자로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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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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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 가기 전 묘지 찾아… 뉴스위크 삶의 궤적 보도

보스니아 전쟁 당시 가족과의 단란한 한때를 보내던 믈라디치와 그의 딸 아나. 사진 출처 데일리 메일
보스니아 전쟁 당시 가족과의 단란한 한때를 보내던 믈라디치와 그의 딸 아나. 사진 출처 데일리 메일
“믈라디치의 삶의 궤적은 정확히 둘로 나뉜다. 아나(딸)가 죽기 전 그리고 그 후로.” ‘발칸의 도살자’로 불리는 라트코 믈라디치도 한때는 애끓는 부정(父情)을 지닌 아버지였다. 뉴스위크 최신호에 따르면 믈라디치는 딸 아나 믈라디치의 자살 이후 대량 학살을 지시하는 등 잔혹한 범죄자로 돌변했다고 한다.

보스니아 내전(1992∼1995년)이 한창이던 1994년 아나는 23세의 꽃다운 나이로 자살했다.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권총을 스스로에게 겨눴다. 아나의 정확한 자살 이유를 두고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아버지의 만행을 다룬 신문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아 자살했다는 설과, 삶과 맞닿아 있는 전쟁에 신물이 나 우울증을 겪다가 자살했다는 설이 엇갈린다. 믈라디치는 딸이 내전 기간에 적들에게 살해됐다는 주장을 펴왔다.

부하들에 따르면 딸이 자살하자 믈라디치는 거의 정신을 잃어버린 사람이 될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이듬해 그의 주도로 ‘유럽의 킬링필드’라고 불리는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이 자행됐다. 인종청소라는 명목 아래 8300명가량의 무슬림 소년과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믈라디치 측근들은 “그는 마치 피에 굶주린 사람 같았다”며 아나의 죽음이 그를 극한으로 몰고 갔다는 해석에 동의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16년간의 도주 끝에 지난주 체포된 믈라디치는 지난달 31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로 인도됐다. 이날 오전 ICTY로 인도되기 전 믈라디치는 호송차량을 타고 베오그라드 교외에 있는 딸의 묘지를 찾았다. 빨간 대리석으로 꾸민 묘지 앞에 꽃다발을 놓고 촛불을 켠 채 잠시 감정 섞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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