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씨 사임으로 공석이 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후보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55·사진)을 밀기 위해 똘똘 뭉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한 축으로 부상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경제협력체)와 아시아가 ‘유럽 총재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온 데 대한 반작용이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21일 성명을 내고 “라가르드 장관은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의장으로 리더십을 보여줬고 긴축재정 정책의 강력한 지지자”라며 “IMF 역사에 첫 여성 수장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21일 “라가르드 장관은 그 자리에 완벽히 어울린다”며 “유럽이 이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MF 총재대행을 맡은 미국 출신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와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물론 이탈리아와 스웨덴도 라가르드 장관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IMF 총재는 다음 달 30일까지 집행이사회에서 187개 회원국이 지분에 비례해 가진 투표권의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을 합치면 전체 투표권의 반이 넘기 때문에 복수 후보를 놓고 투표를 하게 돼 있는 규정과 달리 실제로는 미국 유럽이 단일 후보를 정하고 개도국이 추인하는 만장일치 형식이다. IMF는 창설 후 66년간 유럽인이 총재직을 독식했다. IMF의 실제 대주주인 미국의 뜻으로 ‘유럽의 단일 후보 결정→미국의 추인’ 방식이었다. 최근 33년 중에는 26년을 프랑스 출신이 총재를 맡았다.
하지만 인도 출신 아빈드 비르마니 IMF 이사는 “유럽 재정위기 때문에 유럽인이 총재를 맡아야 한다는 건 웃기는 논리”라며 “아시아 위기가 오면 아시아인이, 아프리카 위기가 생기면 아프리카인이 총재를 해야 하느냐”고 힐난했다. 태국의 꼰 차띠까바닛 재무장관도 “유럽의 폐쇄적 독점 구조는 깨져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유럽에 대항할 단일후보를 만들 주도국이나 정치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유럽권 단일후보로 자리 매김한 라가르드 장관은 변호사 출신 ‘여장부’. 첫 여성 총재, 뛰어난 영어 실력과 국제적 마인드, 한국 브라질 등 신흥경제 대표국과의 친밀한 관계 등 부족한 면이 거의 없다. 과감한 업무 추진력과 리더십은 프랑스 내각에서도 정평이 났다. 로이터통신이 이코노미스트 56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명으로부터 최우선 지지를 받았다. 유럽개혁센터(CER)의 찰스 그랜트 소장은 “그는 IMF 총재에게 필요한 유럽 재정위기에 관한 이해와 협상 기술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15세에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국가대표 생활을 한 그는 파리 10대학(법학·정치학)을 거쳐 로펌 ‘베이커 앤 매켄지’의 최초 여성 회장(1999년)을 지냈으며 통상부, 농수산부 장관에 이어 주요 8개국(G8) 최초 여성 재무장관에 올랐다. 2009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뽑은 올해의 재무장관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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