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콘크리트 건물 다 쓸려갔는데… 쓰나미 이겨낸 日 목조건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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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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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기 현 미나미산리쿠 마을의 우타쓰 마을회관. 주변 건물은 쓰나미에 모두 휩쓸려 갔지만 이 목조건물만은 형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일본 미야기 현 미나미산리쿠 마을의 우타쓰 마을회관. 주변 건물은 쓰나미에 모두 휩쓸려 갔지만 이 목조건물만은 형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당시 최대 규모 9.0의 강진과 15m가 넘는 지진해일(쓰나미)을 견뎌낸 목조건물들이 있어 화제다. 비결은 재래식 목조 건축술에 최신 금속부품 자재를 가미한 특수공법.

이번 지진 피해가 집중된 미야기(宮城) 현 이시노마키(石卷) 시. 이곳의 시 출장소는 목조건물과 철근콘크리트 건물 2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무너졌지만 사무실동으로 쓰던 목조건물은 그대로 남았다.

이 목조건물을 지은 회사는 중견 건축회사인 ‘셸터’. 일반적으로 목조건물에서는 목재와 목재를 연결할 때 요철 모형의 쐐기형 접합을 쓰는데 이 회사는 금속 이음매로 접합하는 KES 공법을 자체 개발했다. 이 공법으로 목재를 연결하면 나무의 탄력성과 인장강도가 크게 향상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가 미나미산리쿠(南三陸) 마을에 지은 마을회관도 대지진을 이겨냈다. 마을 인구의 10%가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전체 건물의 70%가 파손되는 등 큰 피해를 봤지만 바다와 인접한 우타쓰(歌津) 마을회관은 멀쩡했다. 총면적 1만 m²의 2층짜리 이 건물은 지진 당시 15m 이상의 쓰나미가 덮쳤다. 미나미산리쿠 관청 직원은 “주변 철근콘크리트 건물조차 휩쓸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이 건물만은 외벽 타일만 일부 떨어져 나갔을 뿐 거의 완벽하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셸터의 기술력은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 당시에도 이미 검증됐다. 이 회사가 고베(神戶) 시에 건축한 70여 동의 주택이 규모 7.2의 강진에 끄떡도 않고 버텨낸 것. 건축비는 10∼15% 비싸도 이 공법을 쓰면 100년이 넘어도 끄떡없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KES 공법을 개발한 셸터의 기무라 가즈요시 사장은 4대째 이어 내려오는 목수 집안 출신이다. 기무라 사장은 6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진에는 자신 있었지만 쓰나미에는 가슴을 졸였다”면서 “우리 공법이 인정받은 건 기쁜 일이지만 주변에 너무 많은 피해가 발생해 심경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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