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꾸란 모독도 폭력도 개탄스러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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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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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극단주의가 부른 아프간 유엔직원 피살 강력비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꾸란 소각을 단행한 테리 존스 목사(59·사진)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무슬림의 유엔사무소 공격으로 유엔 직원이 사망한 데 대해서도 강력히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발표된 백악관 성명에서 “꾸란을 포함해 어떤 성전이라도 모독하는 것은 극단적인 불관용과 편견에서 비롯된 소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꾸란을 소각한 대가로 무고한 사람을 공격하고 죽이는 것은 잔인무도한 행동이며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종교도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런 수치스럽고 개탄할 행동을 정당화할 어떤 이유도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존스 목사는 지난해 9월 11일 9·11테러 9주년을 맞아 꾸란을 불태우겠다고 밝혀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까지 직접 전화를 걸어 소각을 철회하라고 압박하는 등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존스 목사는 꾸란 소각을 포기했다. 신자가 수십 명에 불과한 플로리다의 조그만 교회 목사인 그는 평소에도 ‘이슬람은 악마의 것’이라고 쓴 표지판을 세워두는 등 극단적인 반이슬람 성향을 보여 왔다. 그의 극단적인 행동은 많은 기독교인에게서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존스 목사의 첫 결혼에서 태어난 딸 에마 씨는 아버지의 교회를 “사이비 종교집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존스 목사는 1980년대 독일에 정착해 2009년까지 쾰른 지역에서 기독교 복음주의 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했지만 쾰른을 ‘지옥의 도시’라고 부르고 교회 돈 문제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돼 교회에서 쫓겨나 미국 플로리다 주로 옮겼다. 존스 목사의 교회가 있는 플로리다 주 게인즈빌의 크레이그 로 시장은 “특정 개인(존스 목사를 지칭)이 우리 지역공동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계와 각국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요 언론은 지난달 20일 꾸란 소각 당시 거의 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된 꾸란 소각이 새로운 폭력사태를 가져온 데 대해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사회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정교분리의 원칙을 확실하게 따르고 있는 미국은 종교 극단주의에도 정치가 관여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삼고 있다. 그런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종교 극단주의의 발호를 막기 위한 ‘용기 있는 발언’을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지난해 여름 뉴욕 맨해튼 내 ‘그라운드 제로’ 근처의 이슬람사원 건립 논란 때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이 이 나라의 다른 누구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믿을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슬람사원 건립 프로젝트 책임자의 중동 3개국 방문 경비 1만6000달러를 국무부 예산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종교 극단주의가 발호하는 것을 막고 종교적 관용이 생겨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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