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란 소각’ 중동 反美운동 불지피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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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사망자 20명 육박, 재스민 혁명에 영향줄수도…美목사 “反이슬람 행사 강행”

미국인 목사의 ‘꾸란(코란·이슬람 경전)’ 화형식이 촉발한 아프가니스탄 무슬림 항의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1일 꾸란 소각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아프간 북부 마자리샤리프 유엔사무소를 공격해 유엔 직원 등 12명이 사망한 것을 포함해 3일까지 이번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20명에 이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3일 아프간 남부의 칸다하르 등에서는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꾸란 소각에 격렬하게 항의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이날 충돌로 최소 1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했다. 또 이날 잘랄라바드에서는 500여 명의 학생이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인형의 화형식을 가졌다.

전날에도 수도 카불 외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기지 인근에서 여성으로 변장한 남성 2명이 꾸란 소각에 항의하는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했으며 군 기지 진입을 시도하던 시위대 1명은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칸다하르에서는 항의 시위가 폭동으로 악화하면서 9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쳤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유엔사무소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들을 애도하면서 미국과 유엔이 이번 사건을 촉발한 테리 존스 목사를 재판에 회부하라고 촉구했다. 탈레반은 3일 성명을 통해 “아프간 정부군이 외세의 명령에 따라 비무장한 시위대를 공격해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봉기할 것을 촉구했다.

꾸란을 소각한 존스 목사는 앞으로도 반이슬람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2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적은 (전 세계에) 이슬람 급진주의 성향을 알리려는 것”이라며 “예정대로 22일 미시간 주 디어본에 있는 미국 최대 이슬람사원 앞에서 시위를 강행하겠다”고 말했다.

존스 목사는 지난달 20일 플로리다 주 게인즈빌의 자신의 교회에서 꾸란을 피고로 하는 모의재판을 하고 꾸란에 유죄판결을 내린 후 불을 붙여 소각했다. 꾸란 소각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무슬림의 분노를 촉발했다. 존스 목사의 꾸란 소각은 중동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재스민 혁명에 반미 정서를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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