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도 야욕, 정부-우익 합작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0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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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잘 지네자"..뒤론 영유권 주장 강화

일본 정부가 30일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기술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공개했다.

일본의 문부과학성 산하 교과용도서검정조사심의회(이하 '교과서검정심의회')가 30일 발표한 검정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공민(한국의 사회과목에 해당)과 지리 교과서는 모두 본문과 지도 등을 통해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일본 중학교 공민 교과서의 61%를 잡고 있는 도쿄서적은 종전에는 "다케시마가 일본의 고유영토"라고만 기술했지만 이번에는 "다케시마는 시마네현에 속하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지만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한국의 불법점거'라는 내용을 명확하게 썼다.

또 지리 교과서의 43%를 장악하고 있는 이 출판사는 종전에는 지도로만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표시했으나 이번에는 "일본해상의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지만 한국이 점령하고 있어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고 서술했다.

중학생들이 내년부터 배울 모든 공민.지리 교과서가 "다케시마(竹島: 독도의 일본 명칭)가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기술하면서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이를 기정사실로 배워야한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이르기까지 집요하고 치밀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일본의 독도 야욕은 정부와 우익의 합작품이다. 우익이 깃발을 들고 나서면 정부는 못이긴 척 따르는 식이었다.

우익들은 1997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을 결성해 교과서에 식민지 침략을 미화하고 황국사관을 주입하는 운동을 맹렬하게 전개했고 자민당 정권 당시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 등은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새역모는 일부 양심적 교과서들이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루자 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으며 2001년 검정을 통해 마침내 우익의 입장을 반영한 8종의 교과서를 펴냈다.

일본은 우익의 목소리를 반영해 2006년 제정된지 60년만에 교육기본법을 개정하면서 애국심과 국가주의를 강화했고, 2008년에는 이에 근거해 초중등학교 학습지도요령을 발표했다.

그 때 이미 독도 등에 대한 영토교육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중학교 교과서는 이 학습지도요령을 충실하게 실천한 것이다.

한국 측이 그동안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 대한민국의 고유영토인 독도에 대해 일본이 교과서를 통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것은 양국 관계나 일본의 미래 세대의 바람직한 역사인식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정을 촉구했지만 일본은 이를 귀담아 들은 적이 없었다.

정해진 일정과 방향에 따라 초등학교 교과서, 중학교 교과서, 고등학교 교과서, 방위백서, 외교청서 등에서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기술을 계속 강화해왔다.

한국 정부는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에 영토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우리 국민의 감정을 교묘하게 자극하면서 집요하게 영토문제화해 왔다.

30명으로 구성된 교과서검정심의회는 이번에 한국의 독도와 러시아의 쿠릴열도(일본 명칭: 북방영토), 중국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 명칭: 센카쿠열도) 등 영토문제와 관련된 검정의견을 낼 필요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과서 저작 편집자들이 정부의 뜻을 읽고 영유권을 명확하고 분명하게 기술하는 쪽으로 알아서 행동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발생한 중국 댜오위다오 해역의 중일 선박 충돌 사건과 지난해 11월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이 일본의 영토문제에 대한 입장을 강경하게 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영토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은 2009년 8.30 총선으로 집권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우익을 대변하는 자민당 정권의 입장을 그대로 승계하며 강화해 왔다.

영토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교범은 교육기본법과 학습지도요령, 학습지도요령해설서다. 독도 문제의 경우 초중고등학교의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서 일본의 영유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일관돼왔고 이는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한국이 일본 정부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억지를 펴고 있다. 교과서는 교육기본법과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교과서검정심의회가 결정하는데다 영토문제는 국가의 근본과 관계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과서검정심의회가 정부 인사가 배제되고 대학교수, 교사를 포함한 민간인으로 구성돼 있는데다 검정과정이 모두 실명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정부의 견해나 의견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보수우익의 감시와 견제를 통해서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의견이나 연구성과가 교과서에 반영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놓고 '우린 모른다'고 발뺌하는 격이다.

민주당 정권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웃 나라와의 우애를 강조하고 역사를 직시하겠다고 밝히면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강조해왔지만 일본이 말하는 '미래지향'이나 '우애'가 어떤 것인지 의구심을 초래하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지난해 8월 한일 강제병합 100년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다대한 손해와 아픔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심정을 표명한다"고 말했지만 진정성이 과연 있는지 의심스럽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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