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엄중항의’?…러·中 영토문제 대응 배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0일 11시 12분


코멘트
한국처럼 일본과 영토 갈등을 겪는 국가로는 러시아와 중국도 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의 수위를 높이는 추세 속에 이 국가들의 영토 갈등 대응 방식이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실효 지배 중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의 영유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중국은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에 대한 일본의 실효 지배를 약화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의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을 일컫는 쿠릴열도는 2차대전 종전 이후 전승국인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곳이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였다며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56년 소일(蘇日)공동선언에서 쿠릴열도 남단의 2개 섬 시코탄과 하보마이를 일본 측에 양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으나 냉전과정에서 무산됐다.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1990년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또 다시 일본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방편으로 2개 섬 양도 의사를 비치기도 했으나 이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가 들어서면서 없던 일이 됐다.

푸틴 정부는 쿠릴열도 4개 섬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으며 이런 러시아 정부의 방침은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쿠릴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한층 확고히 하기 위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인사들이 잇따라 열도를 방문하는가 하면 열도 개발을 위한 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현지 주둔 군부대의 무기를 현대화하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방위 공략에 나서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러시아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쿠릴열도 남단의 쿠나시르 섬을 전격 방문해 열도가 러시아 영토임을 재확인했다. 뒤이어 이고리 슈발로프 제1부총리, 빅토르 바사르긴 지역개발부 장관,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국방장관 등의 열도 방문이 잇따랐다.

일본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쿠릴 방문을 '폭거'라고 비난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크렘린은 오히려 "쿠릴열도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은 재검토 대상이 아니다"며 "대통령은 쿠릴열도 방문을 계속할 것"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정치, 외교적 제스처와 함께 '2007~2015년 쿠릴열도 사회·경제 발전 프로그램'을 세워 낙후한 열도를 개발하기 위한 실질적 사업도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섬과 대륙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열도에 신공항을 건설하고 낡은 공항과도로, 부두 시설 등을 개보수하는 등 교통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에만 11억4000만 루블(약 450억원)을 연방예산에서 투입할 계획이다.

이 밖에 쿠릴열도 방어력을 키우기 위해 현지 주둔 군부대의 무기를 현대화하는 한편, 최신 방공 미사일 시스템 S-400을 극동 지역에 배치하고 프랑스에서 도입하려는 최신 헬기 상륙함 '미스트랄' 2척을 쿠릴열도를 관할하는 태평양 함대에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악의 경우 무력 동원도 불사하겠다는 태세인 것이다.

중국도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댜오위다오 문제와 관련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일본의 실효 지배를 약화시키기 위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관리들은 댜오위다오와 관련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댜오위다오와 그 부속도서는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로서 중국은 변치 않는 주권을 갖고 있다"는 같은 답변을 되풀이할 정도로 강한 원칙론을 앞세우고 있다.

중국은 1372년 명나라 선원들이 댜오위다오를 처음 발견했다는 사료가 있고, 1863년 중국에서 만들어진 세계지도에 댜오위다오가 푸젠성의 부속 도서로 표시됐다는 점 등을 들어 오래전부터 이 섬이 중국에 속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타이완섬이 1895년 청일전쟁으로 일본의 수중에 떨어졌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중화민국에 귀속됐지만 미군이 1972년까지 점령했던 오키나와와 댜오위다오를 일본에 넘긴 데서 근본적인 문제가 비롯됐다는 게 중국 측 설명이다.

중국은 지하자원 매장 가능성이 확인된 1960년대 말부터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다시 주장하고 나섰지만 지금과 같은 수준의 '강공'은 중국의 국력이 G2의 위상으로까지 커진 최근에서야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댜오위다오 근처에 어업지도선과 헬리콥터 등을 접근시키며 일본의 신경을 자극하는 일종의 '무력시위'를 통해 댜오위다오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군함에 가까운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대형 어정선 편대를 댜오위다오 주변에 교대로 상주시키면서 틈이 날 때마다 해당 수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일에도 댜오위다오에서 북서쪽으로 44㎞ 떨어진 접속수역 부근에서 어업감시선 '위정(漁政)202'호가 남하하는 것을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발견해 무선으로 경고한 것이 단적인 예다.

댜오위다오에 대한 중국의 강공은 지난해 9월 발생한 어선 충돌 사건 때 최고조에 달했다.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 사이의 충돌에 이어 일본의 중국 어선 나포, 중국 어선 선장 석방을 둘러싼 양국 간 대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은 일본의 치명적 약점인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를 꺼내들어 일본으로부터 사실상의 항복을 받아냈다.

중국은 티베트, 대만, 남중국해 등 영토 문제에서만큼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고 특히 댜오위다오 부근 해역에는 풍부한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도 일본의 실효지배를 무력화할 다양한 접근방식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최근 댜오위다오를 자국 영토로 분명히 표기하지 않은 지도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등 영토 분쟁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