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아랍의 봄 끝나지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8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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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7일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등 군사 개입을 결의한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행입니다. 이번 결의안은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공격을 멈추기 위해 지상군 투입을 제외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승인해 당초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그동안 안보리 결의가 미뤄지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동 민주화에서 일본 대지진으로 향한 사이 카다피는 대반격에 나서 반(反)정부 시위군을 수세로 몰아갔습니다. 카다피가 시위군의 최후 보루인 벵가지를 향한 공격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통과된 이번 결의안은 극적인 느낌까지 줍니다. 국제사회는 시위군이 패퇴할 경우 또 한차례 대규모 학살을 우려했습니다. 과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르완다에서의 학살을 막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이 이번 결의안을 끌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비행금지 구역 설정은 누구보다 리비아의 시위군이 강력히 요구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와 중국이 비행금지 구역 설정 자체에 시비를 걸었습니다. 미국은 미국대로 비행금지 구역만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주장해 결의안 채택이 미뤄져 왔습니다. 안보리의 다수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에게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막는다면 리비아 시위대가 흘린 피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고 미국이 요구한대로 카다피 친위군 탱크와 대포에 대한 공습, 시위군에 대한 자문과 훈련 등이 가능한 실효적인 결의안을 마련해 통과시켰습니다.

일각에서는 리비아 사태를 민주 대 반(反) 민주 세력의 대결로 보기 보다는 카다피 반대 부족 대 지지 부족의 싸움으로 몰아가 민주화를 향한 리비아 국민의 갈망을 희석시켰습니다. 바레인의 시위도 수니파 대 시아파의 종파간 싸움으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국민통합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두 나라에서 부족간 종파간 갈등이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밑에 깔린 것은 압제받는 국민의 민주화 요구입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중동 민주화의 물결이 리비아에서 끝나게 해서는 안됩니다. 2011년의 봄은 역사에 아랍의 봄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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