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르펜 청출어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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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뒤이어 극우정당 대표… 대선 여론조사서 1위 佛정가 발칵

불과 2개월 전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대표가 된 여성 정치인 마린 르펜 대표(43)가 내년 4월 대선(1차 투표)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르펜 대표는 200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해 결선투표에 진출하는 파란을 연출했던 장마리 르펜 전 FN 대표의 딸이다. 부녀(父女)가 대를 이어 프랑스에 극우정당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7일 일간 르파리지앵이 발표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르펜 대표는 24%의 지지를 획득해 사회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23%)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21%) 모두를 제쳤다. 경쟁 후보들을 다르게 선정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23%를 얻어 사르코지 대통령과 마르틴 오브리 사회당 당수(각 21%)를 제쳤다.

프랑스에서 5공화국 이래 극우정당 후보가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건 처음이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해리스 인터랙티브 측은 “이번 조사결과는 당장 대선이 실시된다면 어느 후보가 나와도 르펜 대표가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르펜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단지 (대선에서) 보여주거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승리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며 “석 달 전만 해도 1∼12%대였던 지지율이 20∼25%까지 올라갔다.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자신감을 보였다.

프랑스 언론은 딸 르펜 대표의 인기가 부친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스스로 파시스트였다고 주장하며 인종차별과 반이민정책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던 부친과 달리 딸 르펜 대표는 반이슬람주의를 내세우며 프랑스의 단합을 촉구해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그는 노동자 권리 강조, 중소기업과 농업에 대한 지원을 외치고 사형제 부활과 병역의무화를 내세우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인상과 연금제도 개혁에는 반대하고 있다.

1968년 프랑스 최고의 부촌인 파리 동쪽 뇌이쉬르센 시에서 태어난 르펜 대표는 18세 때 FN에 입당해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정치를 배웠다. 유럽의회 의원과 파리 외곽 일드프랑스 지역의원을 지냈으며 2003년 부대표가 됐다. 올 1월 경선에서 FN의 2인자로 불려온 브뤼노 골니시를 꺾고 아버지의 대표직을 물려받았다. 르펜 전 대표는 2002년 대선 결선에서 집권 여당이었던 자크 시라크 후보에게 패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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