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UFO X파일’ 35건 기밀해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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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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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첫 외계인 침공’은 조작”유엔 -CIA 등 심각한 논의… 대부분 진위 안가려져

영국 정부가 3일 기밀 해제한 문서에는 미확인비행물체(UFO)로 추정되는 사진과 그림들이 여러 장 포함돼 있다. 영국 공군장교가 2004년 스리랑카 상공에서 촬영한 도넛 모양의 UFO(위)와 2002년 여름 영국 잉글랜드 링컨셔 주 상공에서 카메라에 찍힌 UFO(아래, 폭격기 뒤). 영국국립기록보관소 제공
영국 정부가 3일 기밀 해제한 문서에는 미확인비행물체(UFO)로 추정되는 사진과 그림들이 여러 장 포함돼 있다. 영국 공군장교가 2004년 스리랑카 상공에서 촬영한 도넛 모양의 UFO(위)와 2002년 여름 영국 잉글랜드 링컨셔 주 상공에서 카메라에 찍힌 UFO(아래, 폭격기 뒤). 영국국립기록보관소 제공
지금으로부터 44년 전인 1967년 9월 4일 이른 아침. 미확인비행물체(UFO)가 남부 잉글랜드 상공에 나타났다는 신고 전화가 영국 공군과 경찰에 빗발쳤다. 목격자들은 접시 모양의 작은 비행물체 6개가 템스 강 하구 셰피 섬에서 브리스틀 해협 쪽으로 줄지어 날아갔다며 자신들이 본 UFO의 모양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외계인이 지구를 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영국 정부는 즉각 군 병력과 경찰관들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발물처리반까지 출동시켰다.

어쩌면 ‘최초의 외계인 침공 사건’으로 기록됐을 뻔한 급박했던 이날 비상상황은 상당히 어이없게 끝났다. 영국 정부가 3일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당시 UFO로 여겨졌던 괴물체는 공대 학생들이 자선행사 주간에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가짜’로 밝혀졌다. 당시 군 당국은 비행물체들을 수거한 뒤에도 전문연구기관에 보내 분석을 의뢰하고, 비행물체에 원격폭파장치를 부착해 폭발시켜 보는 등 의심을 버리지 못했다. 결국 폭발물처리반이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물체를 분해하자 그 안에 ‘증정품’이라고 적힌 배터리가 나오면서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엔 알려지지 않았고 비행물체의 정체는 ‘미스터리’로 회자되다 3일 마침내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사건의 문서를 포함해 영국 정부는 3일 8500쪽에 이르는 UFO 관련 문서를 비밀 해제해 공개했다. 이 문서들에는 총 35건의 UFO 관련 사건 기록이 담겼다.

공개 문서 중에는 공군과 경찰, 일반인이 목격한 다양한 UFO 사례를 비롯해 외계인 납치 주장, 폭격기를 따라다니는 다양한 UFO 등의 얘기가 담겨 있다. 목격자들이 찍은 사진과 기억을 토대로 직접 그린 스케치들도 함께 공개됐다. 대부분의 경우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지만 영국 정부와 유엔, 미국중앙정보국(CIA) 등이 UFO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다뤘는지 문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1979년 1월엔 영국 상원이 UFO를 정식 주제로 삼아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1970년대 후반엔 유엔과 CIA가 외계인의 지구인 납치 위험성, 외계인의 지구 침공 등의 문제를 심각한 이슈로 다루기도 했다. 서인도제도 섬나라 그레나다의 에릭 게이리 총리는 1977년 “유엔이 나서 UFO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해 이에 반대하는 영국과 외교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 영국은 게이리 총리의 주장을 깎아내리기 위해 거짓으로 드러난 UFO 관련 보고서를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고 문서는 밝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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