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사태]결전 위기감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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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충성파 민간인 무장시켜… “10대에도 총 지급”

사면초가에 빠진 카다피 정권이 반정부군과의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민간인들까지 무장시키며 수도 트리폴리의 방어망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제2의 도시 벵가지에 근거지를 둔 반정부군은 트리폴리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수도 인근에 병력을 집결시키며 진입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어 위기감이 감돈다.

카다피 국가원수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은 26일 “리비아의 4분의 3은 현재 정상적인 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 국내외 언론에 밝혔으나 반정부 시위대는 자신들이 이미 전 국토의 80%를 장악했다고 반박하는 등 심리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 “무기고 열겠다”


카다피 정권은 앞으로 있을 시가전 등에 대비해 민간인 지지자들에게 총기를 지급하기 시작했다고 A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카다피 원수는 25일 밤 요새에서 한 연설에서 “적당한 때가 되면 무기고를 열어 모든 리비아 국민과 부족을 무장시키겠다. 리비아는 총격으로 핏빛이 될 것”이라고 말해 민간인 무장 계획을 예고한 바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상당량의 재래식 무기가 트리폴리 시내외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40대 기업인이라고 밝힌 한 트리폴리 시민은 “카다피 지지자들이 26일 혁명위원회 청사에 들어가 무기를 들고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자동소총을 손에 든 청년들 중에는 10대 소년도 여럿 목격됐으며 팔과 이마에는 카다피 원수에게 충성한다는 뜻인 녹색 완장과 머리띠를 차고 있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외신들은 폭력 진압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25일 트리폴리 시위 이후 시민들이 공포에 질려 집 밖으로 거의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주요 교차로마다 검문소가 들어서고 거리순찰이 강화되는 등 긴장감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 사상자 잇따라


카디피 측 용병들이 26일 새벽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자위야의 정유시설 단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반정부군과 교전이 벌어져 50∼60여 명이 숨졌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이브라힘이라고 이름을 밝힌 주민은 “중화기로 무장한 용병들이 차를 타고 나타나 광장에 있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며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카다피 친위부대는 또 탱크를 앞세워 반정부군이 장악한 미스라타 공군기지를 25, 26일 이틀간 공격해 기지 일부를 되찾았다. 하지만 교전 과정에서 카다피군에 가담한 방공사령관과 장교 여러 명이 반정부군 측에 포로로 붙잡혔다. 리비아의 한 의사는 카다피군과 반정부군의 교전으로 2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반정부군은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사브라타를 완전히 장악해 카다피군을 압박했다. 주민 칼리드 아메드 씨는 “카다피 정권과 관련 있는 경찰이나 군인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다. 정권을 무너뜨릴 날이 이제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반정부군은 카다피 정권의 마지막 보루인 트리폴리 함락을 계획하고 있으나 카다피군의 화력이 막강해 수도 진입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친위부대와 용병부대는 최신 중화기로 무장한 반면 반정부군에 가담한 정규군은 이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낡은 무기로 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군에 가담한 아흐메드 가트라니 준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리폴리에 들어가는 순간 총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작전이 될 것”이라며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부대를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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