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사태]혼란스러운 역학구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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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가지 反카다피 진영 “과도정부 구성”… 리비아 쪼개지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반정부 시위대의 충돌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리비아가 ‘1+다(多)정부 체제’로 분열된 채 내전이 지속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리비아를 구성하고 있는 부족들이 카다피 지지파와 카다피 반대파로 나뉘고 있어 국가 분열의 시나리오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 리비아, 두 개의 정부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리비아 법무장관은 26일 “앞으로 새 정부를 준비할 과도정부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잘릴 전 장관은 이날 반정부 시위 중심지인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과도정부는 3개월 뒤 공정한 선거를 통해 리비아 국민이 새 지도자를 선택할 때까지만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잘릴 전 장관은 27일 벵가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과도정부 참여인사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잘릴 전 장관은 리비아가 동서로 분리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자유화된 리비아의 영토는 하나가 돼야 하고 그 수도는 트리폴리”라고 강조했다.

이런 움직임에 카다피 원수 측도 바빠졌다. 카다피 원수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은 25일 “반군들과 휴전 협상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정부군의 보호 속에 외신기자들과 만나 “(제3의 도시인) 미스라타와 자위야에 문제가 있지만 더는 유혈 사태가 없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지 언론 트리폴리포스트는 “그가 리비아엔 진정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이프 알이슬람의 제안이 카다피 원수 측의 통일된 의견인 것 같지는 않다. 카다피 원수는 앞서 25일 밤 트리폴리 시내에 나타나 지지자들에게 ‘시위대에 대한 복수’를 선동했다. 그는 “카다피는 여러분과 함께 있다. 우리는 싸울 것이고 그들(반정부 시위대)이 원한다면 그들을 죽일 것”이라고 외쳤다. 이에 따라 카다피 원수 진영 내부에서도 서서히 분열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트 카다피, 알카에다? 내부 권력투쟁?


중동 전문가들은 “카다피 이후 리비아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것에만 의견 일치를 보일 뿐 리비아의 향후 정국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단 카다피 정권이 친위대 등의 물리력을 바탕으로 트리폴리를 거점으로 권력을 연명(延命)하는 가운데 벵가지를 거점으로 한 반정부 시위대 측의 과도정부와 대립하는 구도가 예상된다. 혼란이 더 가속될 경우 주요 부족들도 각기 자신들의 지역을 통치하는 멀티 권력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대의 리사 앤더슨 총장은 27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테러조직인 알카에다나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활개 치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소말리아와 같이 실패한 국가로 몰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들 간 보복폭력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앤더슨 총장은 “누군가 리비아 국민들에게 이제 총을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확신시켜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그러한 정치적 역량을 가진 집단이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27일 “권력을 나눠 가진 140여 명의 부족장 가운데 30명이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각자 자신들의 지역을 분할 통치하는 부족연맹체가 형성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부족들 간에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으며, 석유 자원을 두고 다투는 내분 상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방송은 25일 오마르 아슈르 영국엑서터대 교수의 기고를 인용해 △군부 쿠데타 △부족 간 전쟁 △화학무기 공격 △국제사회 개입 등 네 가지로 리비아 정국을 전망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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