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이집트]軍도 무바라크 사임 압박… 야권 거국정부 구성 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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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총파업 선언… 무바라크, 무력진압 지시說
클린턴 美국무 “민주체제로 평화로운 전환이 최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내각 해산을 천명한 지 이틀 만인 31일 새 내각을 발표했지만 이집트 반정부 시위대는 1일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고 카이로에서 ‘100만인 행진’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시위가 7일째 확산일로인 가운데 군부와 내각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사임을 권고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그의 30년 권좌가 백척간두로 내몰리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 인터넷판은 지난달 30일 이집트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이 대통령에게 권력 이양이 불가피하다고 권고했다. 그가 ‘점잖게’ 물러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29일 임명한 최측근이다.

하지만 현지 언론인은 31일 내무부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앞으로 3일 이내에 시위를 완전히 진압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동아일보에 전했다. 진압이 이뤄질 경우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권의 행보도 숨 가쁘다.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집권당인 국민민주당을 배제한 거국정부 구성 논의를 시작했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30일 1만여 명의 시위대가 집결한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우리는 이 정권이 퇴진해 새로운 이집트 안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길 원한다”고 연설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타흐리르 광장에 31일 오후 5시(한국 시간 1일 0시) 현재 15만 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최근 개각은 시발점에 불과하다”며 “평화적이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민주체제로 전환(transition)하는 것이 이집트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국민의 뜻을 대표하는 과도정부가 9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까지 국가를 잘 이끌어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1일 보도했다.

최근 일주일간 이어진 시위로 시민과 경찰 등 120∼150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로=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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