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스텔스기 시험비행, 후 주석은 몰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3일 03시 00분


게이츠 “질문하자 당황… 처음엔 인정안해”… 서방 언론들 “민간-軍 지도자간 균열 징후”

11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 방문 중 실시된 중국 군부의 최첨단 스텔스기 ‘젠(殲·섬멸이라는 뜻)-20(J-20)’ 시험비행을 인민해방군의 최고통수권자인 후진타오(胡錦濤·사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겸 국가주석이 몰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서방 언론이 후 주석과 군부 간의 불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AFP통신은 11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있었던 후 주석과 게이츠 장관 회담에 참석한 미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회담장에 있었던 후 주석과 중국 관리들은 시험비행 사실에 분명히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게이츠 장관이 시험비행에 대해 물었을 때 참모들은 물론이고 후 주석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다”고 전했다. 게이츠 장관도 만리장성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민간인 지도자들은 시험비행 소식에 놀란 듯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후 주석이 처음에는 시험비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회담 말미에 이번 시험비행은 나의 방문과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게이츠 장관은 후 주석의 해명을 믿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후 주석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중국 군부 지도자가 때때로 정치 지도자들의 뜻과는 별개로 행동할 수 있다는 우려를 깊게 한다”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인터넷판에서 중국 군부가 J-20 시험비행을 실시한 것은 국방협력에 초점이 맞춰진 게이츠 장관의 중국 방문에 그늘을 드리우는 동시에 중국 지도자들의 허를 찔렀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어떻든) J-20의 시험비행으로 미중 간 군사 관계 개선 분위기는 상당히 퇴색됐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 군부는 군사기술을 시위하는 한편 미중 간 교류가 빨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일이 중국 민간과 군 지도부 사이의 균열 의혹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캐나다에서 발행되는 군사전문잡지인 ‘칸와야저우팡우웨칸(漢和亞洲防務月刊)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은 11일 “J-20 시험비행은 일련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같았다”며 “이 같은 드라마는 (차세대 최고지도자로 사실상 낙점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지휘했다”고 주장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중국 권력서열 1위인 후 주석은 공산당은 물론이고 당 산하 최고위 군사 기구인 중앙군사위원회까지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부주석 자격으로 중앙군사위에 관여하기 시작한 시 부주석을 제외하면 급팽창하는 중국 인민군에서 유일한 민간인이다.
▼ 게이츠, 中에 포괄적 군사회담 제의 ▼

“양국 군사관계를 개선하는 계기는 마련됐으나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시험비행으로 두 강대국 간 경쟁관계가 더욱 강조됐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해 AFP통신 등 외신은 이렇게 평가했다. 게이츠 장관의 방중으로 지난해 1월 미국의 대만에 대한 64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로 중단된 양국 간 군사교류가 재개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게이츠 장관은 11일 “미국과 중국이 핵과 미사일방어(MD), 사이버전쟁, 우주 공간의 군사적 사용 등 광범위한 문제를 다룰 새로운 형식의 군사회담을 올 상반기에 개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폭넓은 군사회담 의제를 구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게이츠 장관이 제안한 군사회담이 열리면 이는 주로 해양 부문에 초점이 맞춰진 지금까지의 양국 군사교류를 넘어 한층 광범위한 군사 문제를 다루는 첫 번째 군사회담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게이츠 장관의 제안은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게이츠 장관은 중국 지도자들도 자신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게이츠 장관은 미국이 대만에 추가로 무기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재검토할 수는 있다는 뜻을 중국 측에 전했다고 말했다.

양국 간 군사교류 전망에 대해서는 “이번 방문으로 군사관계 개선의 씨를 뿌렸지만 중국과의 군사 관계는 하루아침에 개선되거나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은 아니며 점진적인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이츠 장관은 방중 마지막 날인 12일 베이징(北京) 인근 칭허(淸河) 소재의 전략미사일부대 제2포병부대 사령부를 방문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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