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대통령 농구하다 다쳐 입술 12바늘 꿰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계급장 떼고 붙었나… 부상 입힌 의회직원 “그는 거친 선수”… 사과 안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 연휴인 26일 오전 지인들과 농구경기를 하다 상대편 팔꿈치에 왼쪽 아랫입술이 부딪혀 12바늘을 꿰매는 사고를 당했다.

백악관은 사고 발생 3시간 뒤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으로 소식을 전했다. 이날 기브스 대변인은 “대통령이 농구를 하던 중 입술을 다쳐 백악관 의료팀이 긴급히 수술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다치게 만든 사람의 신원을 즉각 공개하지 않다가 이날 오후 5시경 “의회 히스패닉 코커스 연구소(CHCI) 프로그램 책임자인 레이 드세레가 씨”라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인근 포트맥네어 기지 내 체육관에서 농구경기를 즐겼다. 친구 친척 등이 모여 5 대 5로 경기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조카인 에버리 로빈슨 씨와 상원의원 시절부터 개인보좌관을 지낸 듀크대 농구선수 출신 레지 러브 씨, 안 덩컨 교육장관 등이 함께 뛰었다.

사고가 난 건 마지막 다섯 번째 경기. 드세레가 씨가 슛을 하려 몸을 돌리다 팔꿈치가 수비를 하던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경기는 중단됐고, 대통령은 농구 경기를 시작한 지 약 1시간 30분 이후 체육관 바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반소매 티셔츠와 체육복 바지 차림의 오바마 대통령이 거즈로 입을 막은 채 차에 오르는 모습이 백악관 출입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히며 부상 소식이 알려졌다.

비공식 일정이라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바마 대통령이 탄 차량은 모든 정지신호에서 멈췄다. 이어 백악관 1층에서 의료팀에게 아랫입술 주위를 12바늘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흉터 자국을 줄이려 아주 가는 실을 사용했으며 꿰맬 당시 부분마취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처를 입힌 드세레가 씨는 취재진의 e메일 질문에 침묵하다 이날 밤늦게 백악관 성명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오늘 오바마 대통령이 거친 플레이어이고 운동을 잘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하루빨리 대통령이 농구코트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하는 표현은 일절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또다시 농구장을 방문했다. 직접 뛴 건 아니고 처남인 크레이그 로빈슨 씨가 지도하는 오리건주립대 농구팀 응원차 가족과 함께 워싱턴에 있는 하워드대 농구장을 찾은 것.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및 공화당 의회 지도부를 만나는 30일엔 그의 꿰맨 입술이 큰 화제에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