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하토야마-간 ‘각료 舌禍’ 대물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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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방위-관방 잇단 失言… 정권 ‘리더십 흔들’ 되풀이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이 각료들의 잦은 실언과 뒤이은 사죄, 발언 철회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각료들의 입 때문에 정권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은 세 내각 연속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자민당 정권 말기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에선 아소 총리 자신이 툭하면 실언을 연발하고 재무상이 국제회의 기자회견에서 술에 취해 혀가 꼬이는 등 설화(舌禍)로 지지율을 까먹다 결국 정권까지 내줬다. 민주당 정권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도 총리와 각료들이 후텐마(普天間) 문제와 각종 정책에서 오락가락 발언을 계속하다 사퇴했다.

간 내각에선 야나기다 미노루(柳田稔) 법무상이 장본인이다. 그는 14일 지역구민 앞에서 “법무상은 국회에서 두 가지만 말하면 된다. 잘 모르면 ‘답변을 삼가겠다’고 하고, 그걸로 안 되면 ‘법과 증거를 토대로 적절하게 처리하겠다’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야당은 ‘국회 경시’라며 들고일어났다. 법무상은 거듭 사과했으나 야당은 참의원에 문책결의안을 내기로 했다. 간 총리는 법무상 해임을 거부했으나, 민주당 일각에선 문책결의안이 통과될 수도 있으니 자진 사퇴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은 17일 방위성 행사에 정치적 발언을 하는 인사를 부르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자민당이 ‘언론통제’라고 비판하자 “자민당 정권이었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야당은 “각료로서 무례한 발언”이라며 발끈했고 방위상은 발언을 철회해야 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도 실언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18일 국회에서 “자위대는 폭력장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가 항의가 잇따르자 곧바로 “자위대는 실력조직이다”라고 정정한 뒤 “자위대에 사죄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국회에서 자신이 읽던 자료를 사진기자들이 망원렌즈로 찍어 보도하자 “도둑 촬영이다”라고 비난했다가 궁지에 몰렸다.

당장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간 내각은 각료들의 연이은 실언이 큰 부담이다. 단단히 화가 난 야당에 대폭 양보하지 않으면 추경예산 통과가 힘들다는 전망이 많다. 지지율 추가 하락도 눈에 선하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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