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중국이 주변국과 벌이는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연일 민감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미중 모두 최근 위안화 환율과 희토류 문제 등 다방면에서 삐걱대는 양국 간 갈등이 더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아시아 7개국을 순방 중인 클린턴 장관은 지난달 30일 중국 하이난(海南)을 방문해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회담을 했다. 이날 만남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했던 클린턴 장관이 하이난 싼야(三亞)공항으로 이동해 공항 VIP라운지에서 이뤄졌다. 양측은 2시간 반 동안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중-일 갈등과 위안화 환율, 희토류 등 양국의 공동 관심사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서방 외신은 클린턴 장관이 중국에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을 해결하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미 양국이 솔직하고 친근한 분위기 속에 공통 관심사에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을 뿐이다.
이에 앞서 클린턴 장관은 이날 오전 하노이에서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중국과 일본이 모두 영유권을 주장하는 열도(센카쿠 열도)는 미일 방위조약에 명기된 방위 대상의 일부”라고 말했다. 28일에 이어 이틀 만에 같은 내용의 일본 지지 발언을 한 것이다. 또 클린턴 장관은 EAS 연설에서도 남중국해와 관련해 항해와 자유 교역은 미국의 국익과 직결되며 해양분쟁은 국제 관습법에 기초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중국이 민감하게 보는 센카쿠 문제와 남중국해 등 ‘핵심 이익’ 두 가지를 동시에 거론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이에 양 부장은 클린턴 장관에게 “댜오위다오 문제는 매우 민감해 언행에 신중해야 하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하고 어떠한 잘못된 언론 발표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29일 밤 중국 외교부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외교부 홈페이지에 전날 발언과 관련해 “클린턴 장관의 발언에 엄중한 관심과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공식 대응했다.
하지만 일단 중국의 대응은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은 미국 측에 선물을 하나 안겼다. 다이 국무위원과 양 부장은 클린턴 장관과의 회담에서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른 희토류 금속과 관련해 안정적인 공급을 약속했다고 서방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클린턴 장관도 이번에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할 때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과 대화에 나서는 등 중국의 최근 조치에 미국은 고무돼 있다”면서 중국을 높게 평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