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언론 “中지식인사회 자부심-자괴감 교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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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샤오보 노벨평화상’ 中내부 분위기

“노벨위원회가 서방의 반(反)중국 정치 도구로 전락했다.”(중국 관영 환추시보 영문판 사설)

“중국 정부가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도록 국제사회가 중국에 보내는 신호다.”(사회비평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

중국의 반체제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55) 박사가 8일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된 후 중국에서는 논쟁과 함께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지식인 사이에서는 류 박사의 수상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하지 못하는 자괴감을 나타내는 등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고 10일 전했다.

환추(環球)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9일자 사설에서 “중국에서 노벨상은 영예로운 것으로 인식돼 왔으나 이제 많은 중국인은 ‘서구 이데올로기’에 싸여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벨위원회가 스스로 명예를 실추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노벨위원회는 중국 실정법을 위반해 수감 중인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할 만큼 경제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국가에 대해 오만과 편견을 드러냈으며 이는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신문은 “노벨위원회는 중국의 평화와 통일보다 이데올로기 분열로 중국이 옛 소련처럼 분열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며 중국을 자극하려는 그들의 기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베이징 톈쩌(天則) 경제연구소 마오위스(茅于軾) 이사장 등 지식인 7명은 외국에 서버를 둔 웹사이트 보쉰(博訊)에 올린 공동 서한에서 “류 박사의 수상이 중국의 평화적 변화를 위한 희망을 던져 주었다”고 평가했다. 서명한 인사들은 대부분 연행, 구금, 가택출입 통제, 시골 귀향 조치 등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바로 풀려났다.

2008년 ‘08헌장’에 서명한 베이징(北京)대 샤예량(夏業良) 교수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수차례 정치개혁을 외쳤으나 말에 불과했다”며 “류 박사에 대한 노벨상 수여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영화학원의 추이웨이핑(崔衛平) 교수는 “이번 노벨 평화상은 류 박사 개인뿐만이 아니라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문화대혁명과 반우파 투쟁 시절의 모든 양심수를 평가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류 박사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중국의 민주화에 대한 국내 및 국제사회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의 한 변호사는 “반체제 인사에 대한 탄압이 강화돼 노벨상이 중국 민주화를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m
▼면회간 류박사 부인, 옥중남편에 수상소식 알려

한편 류 박사의 부인 류사(劉霞) 씨는 10일 랴오닝(遼寧) 성 진저우(錦州)에서 수감 중인 류 박사를 면회하고 수상 소식을 전했다고 진저우 시 외사판공실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진저우 시 감옥 부근에서 취재진에게 류사 씨가 이날 오전 류 박사를 면회했으며 오전 11시경 돌아갔다고 밝혔다. 중국 공안 당국은 노벨 평화상 발표 이후 취재진의 감옥 접근과 사진 촬영 등 취재를 철저히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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