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이분법 통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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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감면, 2% 백만장자는 절대 안돼… 중산층은 영원히”

“중산층에는 세금 감면을 영원히 해드리겠습니다.(박수) 최근 10년간 중산층 수입은 제자리입니다. 세금 감면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세금을 감면해주면 생필품을 사기 때문에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됩니다.(박수) 그런데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와 공화당은 백만장자에게도 세금을 감면해주자고 합니다. 소득 상위 2%에 해당하는 백만장자에게 세금을 내지 말라고요?(절대 안 돼요!∼라며 청중 호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부자 감세(減稅) 문제를 새로운 선거 전략으로 들고 나왔다.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지만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패색이 완연하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번 선거의 판을 ‘부자 대 서민’ 대결구도로 바꾸려 애쓰고 있다.

8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한 연설에서 이 같은 선거 전략은 뚜렷이 드러났다. 이곳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의 지역구.

적지(敵地)에 들어선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베이너 원내대표 이름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부자 감세 문제를 강력히 성토했다. “이미 백만장자인 이들에게 1인당 10만 달러씩 10년간 세금을 감면해주면 7000억 달러가 들어갑니다. 공화당이 집권했을 때 부자는 가만히 앉아서도 수입이 늘어났습니다. 이 사람들은 세금을 깎아줘도 돈을 쓰지 않습니다. 경기도 살아날 리 만무해요.”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고소득층 감세 문제를 집중 부각하는 이유는 공화당이 올해 말로 끝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 조치를 고소득층에 대해서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는 가구소득이 연 25만 달러 미만인 계층(98%)에 대해서만 감세해주되 그 이상 소득자의 세금을 깎아주면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베이너 원내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부자 감세 문제를 이슈화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인 셈.

오바마 대통령은 “부자는 하느님이 이미 축복하고 있지 않느냐. 우리는 부자에게 세금을 깎아줄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고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하기도 했다. 소득 상위 2%와 나머지 98%가 대립하는 구도로 선거 판을 짜면서 표를 결집하겠다는 의도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내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내놓은 모든 정책에 공화당은 반대했다”며 “철학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감세 문제는 전혀 다르다. 상공회의소까지 찬성하는 중소기업 감세안을 반대하는 것은 오로지 정치적인 판단 때문 아니냐”고 공화당을 공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와 신규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각각 1000억 달러와 2000억 달러 주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부자 감세에 집착하고 기업에 혜택을 주는 조치에는 발목 잡는 공화당의 행태를 부각해 중간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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