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쑤성 산사태로 일가족 53명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1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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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간쑤(甘肅) 성 저우취(舟曲) 현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한 마을에 살던 3대에 걸친 일가친척 53명이 한꺼번에 희생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1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주민 2000여 명이 거주하는 저우취 현 웨위안(月圓) 촌은 8일 발생한 산사태로 마을 대부분이 매몰됐다.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마을 전체가 흔적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묻혀 생존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참상을 전했다.

특히 극소수의 생존자 중 류지친(劉吉琴·여) 씨는 부모 오빠 남동생 등 직계는 물론 사촌 형제를 포함해 친척 53명이 희생됐다고 말했다. 외지에서 교사로 일하는 류 씨의 사촌 동생은 추석에 고향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미리 와 준비하다 변을 당했다. 류 씨의 아버지는 2008년 5월 쓰촨(四川) 성 원촨(汶川) 대지진의 진동으로 집에 균열이 생겨 일생 동안 모아온 40만 위안(약 6800만 원)을 모두 투자해 최근 새로 집을 지었는데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류 씨의 남편은 "나는 란저우(蘭州)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어 화를 면했지만 일가친척이 모두 숨진 아내는 너무 울어 이제 눈물도 말라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구조대원이 구조 작업을 벌이던 중 류 씨의 아버지는 11세 된 손자를 자신의 몸으로 감싸 손자는 아무런 외상을 입지 않은 채 잠자는 듯한 모습으로 숨져 있었다. 하지만 류 씨의 아버지는 산사태로 밀려 내려온 돌 더미에 신체 일부가 떨어져나가 참혹한 모습이었다고 구조대는 설명했다. 류 씨는 "희생된 친척 모두의 시신을 찾아 합장을 지내 주는 것이 참변을 당한 가족과 친척에 대한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웨위안촌은 현의 여러 지역에서 이주해 온 주민이 섞여 살아 '서로 원만하게 지낸다'는 의미로 '웨위안'이라고 지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번 산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한편 산사태 발굴 작업이 진행되면서 11일 현재 사망자는 702명으로 늘고, 실종은 1042명으로 집계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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