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기밀문서 9만여 건이 유출된 ‘위키리크스’ 문건 공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당장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전 전략이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또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사진)에게는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에 이어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백악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 7월을 철수 개시시점으로 정한 뒤 아프간전에 대한 국민의 회의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아프간에 미군 3만 명을 추가로 파병하는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위키리크스 문건 공개는 가뜩이나 고조되는 아프간전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서 폭로된 파키스탄 정부와 탈레반의 은밀한 지원 관계는 최근 파키스탄 정부에 5억 달러 규모의 원조를 약속한 오바마 정부의 결정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이번 문건 공개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미군의 아프간전쟁 수행에 적잖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 와중에 적에게 아군의 속사정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간 정부에 협력하는 사람들의 신원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 연말까지 아프간전 전략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때까지 국민과 의회의 지지를 계속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뉴욕타임스는 27일 “심지어 오바마 행정부 내 당국자 사이에서도 아프간전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문건 공개가 의회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장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할 위기상황에 빠졌다. 자신의 아프간 전략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고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든지 아니면 빨리 아프간전 참전 미군 규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나 납득할 만한 카드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라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공개된 문건이 2004년부터 2009년 사이에 작성된 것이라는 점도 오바마 대통령이 더는 아프간전쟁을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 탓으로 돌리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26일 백악관과 국무무 국방부는 파문을 진화하기에 바빴다. 국방부는 자료 유출자를 색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문건 공개는) 아프간 주둔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고 군의 기밀 유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이는 연방법 위반으로 현재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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