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쾰러 대통령 아프간파병 발언관련 사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독일은 자국 경제 이익 위해 군사적 개입 필요”
2차대전후 첫 임기중 낙마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67·사진)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독일군과 관련한 발언에 책임을 지고 31일 전격 사임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대통령이 임기 중에 사임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 궁은 이날 성명에서 쾰러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했다며 사임 결정은 아프간 파병 관련 발언에 대한 비판과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아프간을 방문한 쾰러 대통령은 이튿날 독일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고 해외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불안정을 예방함으로써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지역 불안정은 무역과 일자리, 수입의 측면에서 우리에게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독일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군사작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해석돼 ‘포함(砲艦) 외교’(강대국이 함대의 무력을 배경으로 전개하는 외교 정책) 논란을 일으켰다. 쾰러 대통령은 “아프간 주둔 독일군을 지칭한 발언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나치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데다 아프간 파병에 대해 부정적인 독일 내 여론이 점점 악화되면서 결국 사퇴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출신인 쾰러 대통령은 2004년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후임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옌스 뵈른젠 상원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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