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배신자 러, 동맹국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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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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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제재결의안 제출 ‘동의’에 공개 비난
러 “극단적 행동 수용불가” 반박

오랜 동맹관계를 이어왔던 이란과 러시아가 미국이 추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란 제재 결의안 제출에 러시아가 동의한 것을 놓고 공개적으로 신랄한 설전을 벌였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사진)은 26일(현지 시간) 케르만 주에서 가진 국영TV 연설을 통해 “이란에 대한 제4차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안은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가 이란의 이웃이라면 우리와 30년 동안 대립하는 나라들을 지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당국은 좀 더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 역시 이란의 ‘역사적인 적대국’에 포함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러시아는 곧장 반박성명을 냈다. 세르게이 프리홋코 러시아 대통령 대외정책보좌관은 “우리는 우리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할 뿐 미국도 이란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불투명하거나 극단주의적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누구도 ‘정치적 책동’을 이용해 권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은 무구한 이란 역사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공개적 비난은 모스크바 주재 이란 대사의 25일 크렘린궁 항의 방문에 이어 일련의 러시아 압박 조치로 풀이된다. 석유와 에너지 분야에서 깊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이란으로선 러시아가 18일 미국의 추가 제재 결의안 제출에 동의한 것은 배신과 다름없기 때문.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이미 계약한 S-300 방공미사일 공급을 미루고 있고, 이란 부셰르에 건설 중인 원전 완공도 지지부진해 더욱 심기가 불편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중동지역에서 러시아의 가장 큰 교역상대로 지난해 30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거래는 대부분 이란의 수입으로 이뤄졌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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