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유유출 청문회 서로 “네탓”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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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사 안전책임”↔“봉합작업에 문제”↔“BP 지시 따랐다”
오바마 “석유시추 감독 개편”

“이번 사고의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있다. 나는 아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고의 책임을 놓고 사고에 연루된 3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서로 ‘네 탓’이라고 주장하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영국계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원유시추회사인 스위스회사 트랜스오션, 시추관련 장비 및 서비스 공급회사인 미국 핼리버튼의 CEO들은 청문회장에서 11명이 숨진 석유시추시설 ‘딥워터호라이즌’ 사고 경위를 설명하면서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데 급급했다. BP아메리카 측은 트랜스오션의 폭발방지기에 문제가 있었다며 폭발 수 시간 전에 나타난 비정상적인 압력 수치를 트랜스오션이 무시한 게 책임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라마 매케이 BP아메리카 회장은 “딥워터호라이즌의 소유 및 운영회사인 트랜스오션은 시추작업과 관련한 모든 안전책임을 지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폭발 수 시간 전부터 압력 계측기의 수치 변화를 트랜스오션이 무시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랜스오션 측은 BP의 최종결정에 따른 시추였을 뿐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며 핼리버튼의 시멘트 작업에서 결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맞섰다. 스티븐 뉴먼 트랜스오션 CEO는 “폭발방지기는 사고의 근원이 아니다”라며 “4월 17일까지 유정(油井)과 관련된 작업은 이미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먼 CEO는 “폭발방지기에 문제가 있었다면 마지막 시멘트 작업을 한 핼리버튼에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그러나 팀 프로버트 핼리버튼 CEO는 “우리는 BP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을 뿐이며 트랜스오션 측에서 유정이 닫히기도 전에 무리하게 설비교체 작업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양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증인으로 출석한 CEO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하자 민주당 빌 넬슨 의원(플로리다)은 “현재 7500만 달러로 규정된 석유회사의 책임 몫을 100억 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프랭크 로텐버그 의원(뉴저지)은 “한 번의 사고로 해안가를 모두 파괴시킬 수 있다”며 3개사 CEO들을 모두 비난했다. 공화당 리사 머코스키 의원(알래스카)은 “이번 사고는 우리 모두가 관여된 문제”라며 “앞으로 미국의 에너지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해상 석유시추 감독체계를 개편해 석유시추 점검 및 안전 분야 감독과 시추시설 임대 분야 감독을 따로 분리할 것이라고 백악관 측이 발표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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