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 태국 반정부 시위대(UDD·일명 레드셔츠)가 점거하고 있는 수도 방콕의 쇼핑중심가 부근에서 수류탄 5발이 폭발해 1명이 숨지고 86명이 부상했다.
이번 수류탄 테러는 의회 해산 및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레드셔츠와 이들의 반정부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친정부 성향 시위대가 서로 대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해 양측 간 충돌 사태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태국 경찰과 외신에 따르면 수류탄 5발은 레드셔츠가 점거 중인 쇼핑중심가 안에서 유탄발사기로 발사됐으며 친정부 성향의 시위대가 모여 있는 지역에 떨어졌다.
처음 3발은 오후 8시경 지상 전철역인 살라댕 역에서 폭발했으며 파편 때문에 다수가 부상했다. 또 소리에 놀란 승객들이 한꺼번에 달아나면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나머지 2발은 30분 뒤 레드셔츠에 반대하는 친정부 시위대가 집결해 있는 교차로에 떨어졌다. 부상자들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주변 상점의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이날 수류탄 테러로 태국 여성 1명이 숨졌고 미국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인 1명씩 외국인 4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파니탄 와타나야곤 태국 정부 대변인은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론을 내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정부는 이번 일을 저지른 테러리스트들을 반드시 찾아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수텝 타웅수반 태국 부총리는 “수류탄이 레드셔츠 시위대가 점거한 지역에서 발사됐다”며 레드셔츠를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했으나 레드셔츠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레드셔츠의 나타와 사이쿠아 지도자는 23일 “전날 밤 발생한 수류탄 폭발은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우리는 여전히 비폭력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류탄 테러 발생 이후 분노한 친정부 시위대는 현장에 배치된 군대를 향해 “레드셔츠를 공격하라”고 촉구했다. 레드셔츠는 타이어, 죽창 등을 이용해 만든 방어벽을 향해 돌과 병을 집어던졌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CNN은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23일 오전 긴급회의를 소집해 태국 군부 최고지도부와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영국 호주 등은 23일 자국민에게 태국 여행 자제 경고를 발령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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