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 지도자 처음 ‘폴란드 포로 학살’ 추도식에 묵념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사과 없이 묵념만… 폴란드 실망
“앙금 풀기엔 턱없이 부족”

러시아와 폴란드 역사에서 오랜 앙금으로 남아있던 ‘카틴 숲 대학살’ 70주년 추모식에 러시아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참석했다. 그러나 오랜 상처를 봉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P통신 등은 7일(현지 시간) “푸틴 총리가 러시아 서쪽 스몰렌스크 시 인근 카틴 숲에서 열린 대학살 추모행사에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함께 참석했다”고 전했다. 푸틴 총리는 추도사에서 “이곳에 잠든 폴란드와 러시아의 군인 및 시민들에게 고개 숙인다”며 “소련 전체주의 체제 아래 양국은 같은 슬픔을 겪었으며 결코 재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카틴 숲 대학살’이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0년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전신인 비밀경찰조직 NKVD가 폴란드 포로 군인 2만2000여 명을 학살하고 숲에 매장한 사건. 이후 폴란드는 진상 규명 및 공식 사과를 요구했지만, 러시아는 줄곧 독일 나치에 책임을 전가해 왔다. 1994년 소련 정치국이 이오시프 스탈린의 지시를 받고 학살했다는 정부 문서가 발견됐을 때에도 책임을 부인했었다.

이번 추도 행사에 푸틴 총리가 참석한 것에 대해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KGB 소속이었던 푸틴 총리의 참석은 양국 역사의 가장 어두운 과거를 씻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미 뉴욕타임스는 “폴란드 국민의 허기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며 푸틴 총리가 표현한 애도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공식 사과는 어디에도 없었으며 사건의 책임을 모두 스탈린에게 돌리는 뉘앙스도 강했다고 혹평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못마땅하다는 눈초리가 많다. 러시아 공산당은 추모식 직후 “사과하는 것은 푸틴 총리 개인의 자유”라고 전제한 뒤 “(그가 사과했다고 해서) 키틴 사건의 책임은 독일이 져야 한다는 진실이 바뀌진 않는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푸틴 총리의 추도식 참석에 이어 5월에는 2차대전 승전 65주년 기념행사(모스크바)에 폴란드 투스크 총리가 처음으로 초청되어 양국 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러시아 국민들은 당시 사건에 대해 러시아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