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한국 교환학생 피살… 인종범죄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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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접경도시서 청년들 흉기 휘둘러… 정부, 예방대책 촉구

러시아 바르나울에서 연수 중이던 한국 교환학생이 길거리에서 현지 젊은이들의 공격을 받아 18일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바르나울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3000km 떨어져 있는, 카자흐스탄과의 접경 도시다.

현지 경찰과 이르쿠츠크 주재 한국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알타이 국립사범대에 단기 연수를 온 광주교육대 2학년 강모 씨(22)는 15일 오후 7시경 한국 여학생(22) 한 명과 함께 바르나울 거리를 걸어가던 중 러시아 청년 3명으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강 씨 등은 이날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강 씨는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오던 중 18일 오전 사망했다. 함께 있었던 여학생은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강 씨 일행을 공격한 러시아 청년들이 금품을 빼앗지 않았으며 칼을 사용했다고 보도해 인종범죄 가능성을 시사했다. AFP는 비유럽권 외국인을 공격하는 인종범죄가 러시아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며 최근 러시아 정부가 인종범죄 소탕에 성공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공격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청년 3명을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강 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에 한국인 대상 범죄 예방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강 씨 모교인 광주교육대는 19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태 파악을 위해 박남기 총장 등 대학 관계자와 강 씨 부모가 러시아 현지로 출발했다. 학교에 나온 학생들은 숨진 강 씨를 애도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교육대는 지난해 7월 알타이 국립사범대와 교류협정을 맺고 올해 처음으로 4주 일정의 어학 연수단을 파견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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