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TV만화서 연속극까지… 中 ‘공자 띄우기’ 열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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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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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인-조화’ 사상을 지배 이데올로기로 활용”

중국중앙(CC)TV 종합채널이 주중에 매일 방영하는 TV 만화영화 시리즈 ‘공자’ 포스터. 가운데 둘둘 말린 죽간(竹簡·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종이 대용으로 사용한 것)을 든 소년이 주인공 공구(공자의 이름)다. 중국 어린이들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출처 바이두(百度)
중국중앙(CC)TV 종합채널이 주중에 매일 방영하는 TV 만화영화 시리즈 ‘공자’ 포스터. 가운데 둘둘 말린 죽간(竹簡·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종이 대용으로 사용한 것)을 든 소년이 주인공 공구(공자의 이름)다. 중국 어린이들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출처 바이두(百度)
중국에서 공자(孔子) 붐이 일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뿐 아니라 공자와 관련한 활동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중국중앙(CC)TV 종합채널은 지난해 9월 28일부터 평일 오후 5시 15분에 만화영화 ‘공자’를 방영한다. 주인공은 공구(孔丘·공자의 이름)로 생각이 많고 공부를 좋아하며 마음을 닦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캐릭터다.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상서로운 전설의 동물을 귀엽게 형상화한 ‘피슈(皮休)’도 등장시켜 재미를 더했다. 부마다 26편씩 총 4부작 104편으로 구성된 장편 만화영화다. 공자의 생애 전반에 줄거리를 맞춘 이 만화는 현재 1부 ‘소년 공자’가 끝나고 2부 ‘청장년 공자’가 방영되고 있다.

어른을 위한 연속극도 방영을 앞뒀다. 중국의 유명 감독 한강(韓剛)은 2005년부터 30부작 ‘공자’를 만들기 시작해 최근 촬영을 끝냈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철학가이자 교육가인 공자의 세계를 조명한다. 중국 광전총국은 지난해 하반기 유명감독 장리(張黎)가 제출한 영화 ‘공자춘추’의 대본에 대해 촬영을 허가했다. 이 밖에 유교의 대표적 경전인 ‘논어(論語)’를 8개 외국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최근 완성됐다고 한다.

기원전 202년 한(漢)대 이후 국가통치 이념으로 자리 잡아 2000년 가까이 내려온 공자의 사상은 19세기 중반 태평천국의 난 때 호되게 핍박을 받았다. 당시 공자의 사당이 도살장으로 바뀌는 등 철저히 배척당했다. 또 현대에서도 문화대혁명(1966∼1976년) 때 지배계급의 사상으로 비판운동이 크게 일기도 했다. 당시 홍위병은 산둥(山東) 성 취푸(曲阜)의 공자 사당과 공자 무덤 등에 있던 비석들을 모조리 동강냈다.

1980년대부터 공자는 서서히 복권되기 시작해 2000년 이후에는 다시 성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2004년 중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취푸에서 ‘공자 탄신 2555년 기념식’이 열렸다. 매년 이 기념식의 규모는 커지고 참석하는 고위직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당초 취푸 시장이 읽던 제문을 지난해에는 산둥 성장이 읽었다.

량궈뎬(梁國典) 공자기금회 비서장은 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자의 ‘인(仁)’과 ‘조화(화해·和諧)’ 및 대동(大同)사상이 보편적인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자의 사상이 지배 이데올로기로 권력 유지에 활용된 점을 꼬집기도 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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