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독재자의 ‘검은 돈’ 53억 되찾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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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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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法제정때까지 못줘”

강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가 해외에 숨겨 놓았던 독재자의 검은돈을 되찾을 수 있을까.

문제의 검은돈은 1953년에 집권한 프랑수아 뒤발리에 전 대통령에 이어 16년간 독재정치를 하다 1986년 해외로 축출된 아들 장 클로드 뒤발리에 전 대통령(사진)이 스위스 은행에 몰래 맡긴 것으로 무려 460만 달러(약 53억 원)에 이른다.

한때 카리브 해 부자 나라 중 하나였던 아이티가 서반구 최빈국으로 전락한 배경에는 부자(父子) 세습의 철권통치를 한 프랑수아 뒤발리에와 장 클로드 뒤발리에가 있다. 유엔과 세계은행이 2007년 가동한 ‘은닉재산 환수 이니셔티브(StAR Initiative)’에 따르면 아들 뒤발리에는 재임 기간(1971∼86년) 매년 국내총생산(GDP·약 12억 달러)의 1.7∼4.5%를 빼돌렸다. 그가 16년간 챙긴 돈은 3억∼8억 달러로 추정된다.

뒤발리에 전 대통령이 축출된 직후인 1986년 아이티 정부가 나서 “뒤발리에가 국고에서 횡령한 돈”이라며 스위스에 정식으로 반환을 요구했으나 돌려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 1월에 내린 스위스 대법원 판결이 3일 공개되면서 아이티 반환 쪽으로 급선회했다.

스위스 대법원은 이날 뒤발리에 전 대통령이 은행에 맡겨 놓은 460만 달러를 그의 가족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을 공개했다. 당초 가족이 아닌 자선단체에 지급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아이티 강진이 발생한 날인 1월 12일에 나왔으나 뒤늦게 공개됐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스위스 정부는 불법자금을 다루는 새로운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는 검은돈 인출을 동결하는 긴급법령을 발표했다. 에벨리네 비드머슐룸프 법무장관은 “이 돈이 뒤발리에 전 대통령 가족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이티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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