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부총리, ‘포스트 하토야마’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7일 03시 00분


후지이 재무상 사표로 겸임… 정계 전면에 등장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6일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날 뜻을 밝힌 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77) 재무상 후임에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를 임명함으로써 그가 일본 정계의 전면으로 등장했다. 간 부총리는 하토야마 총리,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에 이은 민주당 ‘넘버3’의 실력자다. 도쿄 공업대를 졸업한 변리사 출신으로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다 1980년 사회민주연합 후보로 중의원에 당선돼 10선의 경력을 쌓았다. 1996년 민주당 결성 때 하토야마와 손을 잡았지만 이후 하토야마, 오자와 등과 당권을 놓고 경쟁했다. 1998년 당권을 장악했으나 이듬해 선거에서 패해 하토야마 현 총리에게 대표직을 내줬으며, 2002년 12월 다시 당 대표가 됐으나 2004년 5월 국민연금 보험료 미납 사건이 터지면서 백의종군해야 했다.

이후 2005년과 2006년 연이어 당권에 도전했으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현 국토교통상과 오자와 간사장에게 잇따라 패해 대표 대행에 머물렀다. 지난해 8·30총선 이후 실권이 별로 없는 내각의 ‘얼굴 마담’ 격인 부총리 겸 국가전략담당상에 발탁됐으나 이번에 부상함으로써 ‘포스트 하토야마’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기자들에게 “간 부총리는 예산 편성을 측면에서 떠받쳐 왔다. 후지이 재무상도 그렇게 얘기했다. 적임자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후지이 재무상의 사퇴는 하토야마 총리에게 단순히 한 각료의 사임 이상의 ‘상실’이다. 후지이 재무상은 하토야마 총리의 ‘경제 교사’이자 정치적 후견인이다. 7선의 중진 의원이자 옛 대장상 등 각료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하토야마 내각에서 듬직한 맏형 역할을 해 왔다. 지난해 9월 정권 출범 당시 본인은 나이를 이유로 입각을 꺼렸지만 하토야마 총리가 강하게 밀어붙였을 정도로 깊은 신뢰를 받았다.

고령에다 고혈압 증세까지 있어서 지난해 말에는 격무를 견디지 못해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현재 건강 상태로는 정기국회 회기 150일 동안 거의 매일 국회에 출석해 하루 7시간의 예산심의와 답변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 언론은 후지이 재무상의 갑작스러운 사퇴 결정을 민주당 실세인 오자와 간사장과의 거북스러운 관계 때문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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