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테러범은 이중간첩

  • 동아일보

알카에다 활동하다 체포
美-요르단 스파이로 변신
“긴급정보 제공” 속인후 테러

지난해 말 아프가니스탄 동남부 코스트 주에 위치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채프먼 비밀기지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는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를 위해 활동해온 이중스파이가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채프먼 기지 폭탄테러는 지부장을 포함한 CIA 요원 7명이 한꺼번에 숨져 CIA 역사상 최대 참변 중 하나로 기록됐다.

AP통신은 5일 전현직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테러범은 미국과 요르단 정보당국에 알카에다 정보를 제공해온 요르단 출신의 후맘 칼릴 아부물랄 알발라위(36)라고 보도했다. 알발라위는 폭탄테러에 앞서 CIA 측에 오사마 빈 라덴의 오른팔이자 알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행방을 찾는 데 필요한 ‘긴급한(urgent)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수의 CIA 요원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테러범은 몸에 묶은 폭탄을 옷으로 가린 채 기지에 도착했으며 CIA 요원들 앞에서 보고를 시작한 직후 폭탄을 터뜨렸다고 AP는 덧붙였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인터넷 토론방 관리자로 활동하는 등 이슬람 극단주의 전력이 있는 알발라위는 2007년 말 요르단에서 체포됐으나 대테러작전에 활용할 목적으로 요르단 정보국이 포섭했다. 이후 알발라위는 알카에다 상층부 침투의 임무를 띠고 해외파 이슬람 전사로 신분을 가장한 채 아프간 전선에 투입됐으며 유용한 정보들을 가져오면서 CIA와 요르단 정보당국으로부터 큰 신뢰를 얻었다. 이 때문에 테러사건 당일에도 몸수색을 받지 않고 기지 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알카에다가 이번 폭탄테러로 CIA 정예팀을 제거하는 데 성공해 미국의 아프간 산악지역 작전능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며 알카에다 상층부에 침투하려는 CIA의 계획도 상당기간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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