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가 여성의 경제력 신장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다면 향후 반세기는 이에 따른 사회적 변화가 도래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신년호에서 ‘여성들의 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이 잡지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에서 남녀 간 차이가 급격히 허물어지고 여성의 영향력이 남성과 동등하거나 앞지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여성에게 집중되기 시작한 일자리. 유럽에서 2000년 이후 생겨난 일자리 800만 개 중 600만 개가 여성에게 돌아갔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생겨난 일자리의 절반이 여성 몫이었다. 반면 경제위기 이후 실직자 4명 중 3명은 남성이었다.
교육받은 여성이 급증하는 것도 두드러진 변화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대학 학위의 60%를 여성이 받고 있으며 2011년까지 미국 대학의 여학생 수는 남학생보다 260만 명이나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통계국은 ‘수년 내에 급부상할 직업군 15개’ 중 10개 직업군의 3분의 2 이상을 여성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성들의 약진에는 세탁기나 청소기 같은 가전제품의 발달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피임약이었다는 게 잡지의 분석이다. 임신의 공포에서 해방된 여성들이 결혼을 늦추고 법학처럼 남성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오랫동안 배우고 오랫동안 보상받는’ 직업에 진출하게 됐다는 것.
하지만 아직 사회제도나 인식은 여성 파워의 신장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성들의 평균임금이 남성보다 아직 낮고 고위직 진출도 저조한 실정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 중 2%만이 여성이며 영국 상원의원의 5%만이 여성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양육문제라고 잡지는 지적했다. 20대에 직장을 잡고 잘나갔던 여성들이 30대로 접어들면 출산에 따른 단절 현상이 발생해 직장 생활 초기에 잡았던 주도권을 내놓게 되는 상황이 잘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위직에 여성이 적은 결정적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양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력근무제, 가사분담제, 재택근무제, 무급휴가, 은퇴시기 연장 같은 친여성 정책을 국가나 기업이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보육시설 확대, 어른의 직장 생활 패턴과 불일치하는 자녀들의 학교 일정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여성들의 세상’이 직면한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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