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고어 ‘기후게이트’ 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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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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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회의는 환경주의자 정치놀음” vs “북극빙하 녹아내리는 이유 뭐냐”

세라 페일린 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가 최근 논란이 된 ‘기후변화 회의론’을 옹호하며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유엔기후회의)를 비난하자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이 이를 반박하고 나서면서 미국에서 ‘기후 게이트(Climate-gate)’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9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코펜하겐의 정치 과학’이란 글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기후학자들이 증거를 조작하고 있으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기후회의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학자들이 지구 온도가 떨어진 걸 숨기려고 기록을 없애고 부풀리거나 입장이 다른 학자들의 입을 막아 왔다”며 “유엔기후회의는 급진 환경주의자들의 정치놀음”이라고 비난했다. 기후 게이트란 최근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기후연구소의 e메일이 해킹당해 외부로 공개된 사건을 일컫는다. e메일의 몇 가지 내용이, 기후학자들이 입맛에 맞는 증거만 공개한 것으로 해석되며 ‘기후변화 회의론’까지 등장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최근 인터넷 페이스북에서도 지구온난화를 “환경이란 종교에 목맨 이들이 벌이는 종말론적 공포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고어 전 부통령은 같은 날 미 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도 안 되는 비현실 속에 살고 있다”며 반박했다. 그는 “우리 눈앞에서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는데 도대체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고어 전 부통령은 페일린 전 주지사가 지구온난화를 공포 전술이라 부른 것에 대해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연구해온 성과를 무시해선 안 된다”며 “지구온난화는 논쟁의 가치도 없는 중력과도 같은 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 회의론에 대해 “증거라 주장되는 e메일은 10년 전의 다양한 토론 과정에서 나온 것인 데다 일부 문장만 왜곡해서 퍼뜨린 것”이라며 “연구 결과가 이미 공개돼 있는 마당에 회의론자들은 애써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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