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戰승리-조기철군 두토끼 잡기… 오바마 정치명운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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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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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파병-출구전략 동시 발표 ‘승부수’

매년 300억달러 더 필요
의회 승인 진통 겪을듯
나토 “5000명 이상 증파”
佛-獨은 “추후 결정” 발빼
주한미군 일부 빼갈수도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만 명 추가 파병 결정카드와 2011년 7월부터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카드를 동시에 내놓았다. 아프간전쟁을 놓고 양분돼 있는 미국 내의 찬반 목소리를 모두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우방국들이 확전에 소극적인 데다 추가 파병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정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 3만 명 신속 배치 속내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3만 명이나 되는 병력을 추가 파병키로 한 것은 아프간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것이다. 전쟁을 시작한 지 8년이 흘렀지만 갈수록 수렁에 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오랜 전쟁에 지쳐 있는 미국인들에게 단기간에 성과를 보이려면 지리멸렬한 아프간 전세를 역전시킬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아프간 안보 책임을 아프간 정부에 이양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증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병력을 신속히 아프간에 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2011년 7월부터로 철군 시기를 못 박아 놓고 아프간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증파 병력 3만 명을 어디에서 차출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주한미군에서 일부 차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 아프간 전략에 대해 동맹국들도 화답하고 나섰다. 영국은 500명, 체코 정부는 100명을 추가 파병하겠다고 약속했고, 폴란드는 “600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200명 추가 파병을 고려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터키 슬로바키아 그루지야도 추가 파병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내년에는 동맹국들이 적어도 5000명을 증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는 내년 1월 아프간국제회의 이후 파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발을 뺐다.

○ 출구전략 재신임과 연계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시기를 2011년 7월부터로 명시한 것은 아프간 확전으로 ‘베트남전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미군 철수시기를 못 박은 것은 내년 11월 총선 일정을 감안한 것이다. 아프간 주둔 미군 증강에 부정적인 민주당 의원들과 오바마 대통령 지지자들을 고려한 포석이기도 하다.

또 출구전략 개시 시기인 2011년 7월은 차기 대선을 1년 반가량 남겨둔 시점이다. 아프간전쟁의 성과를 자신의 대통령 연임과 결부시켜 재신임을 받겠다는 정치적인 계산이 엿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 내 아프간전쟁 확전에 대한 반대 여론과 아프간 추가 지원에 회의적인 일부 나토 회원국들을 설득하기 위한 카드다.

○ 추가 전비 확보 싸고 진통 예상

아프간전쟁 추가 전비는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적자 문제를 다시 도마에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아프간 파병 미군 1인당 연간 1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3만 명을 추가로 파병할 경우 300억 달러가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미 의회는 2001년 아프간전쟁과 2003년 이라크전쟁을 개시한 후 매년 추가경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대규모 예산이 소요될 건강보험 개혁법안도 대기하고 있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 첫 대국민 연설, 찬반 엇갈려

오바마 대통령의 새 아프간 전략 발표는 취임 후 첫 대국민 연설이다. 특히 미 전역에서 TV 시청이 가능한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에 이뤄졌다. 장소도 백악관이 아니라 뉴욕 주의 웨스트포인트에서 사관생도들을 모아 놓고 연설했다. 그만큼 이번 연설을 통해 아프간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미국 내 반응은 엇갈렸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철군 시점을 밝힌 것은 동맹국은 물론 적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의 아프간 임무가 무한정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기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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